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급작스럽게 사퇴하면서 후임 인선 작업도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권 회장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두고도 말이 나오고 있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이른바 `CEO 승계 카운슬`은 2013년 정준양 전 회장의 후임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이다. ‘낙하산 인사’를 막고 투명한 회장 선임을 위해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보통의 후보추천위원회와는 달리 사내이사를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막상 권 회장이 청와대의 뜻에 의해 밀려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런 권 회장을 후보추천위에 넣는 것이 맞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차기 회장군에는 권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대다수 포진돼 있다.
추천위원회를 구성 자체가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례에 비춰 어차피 청와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에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후보추천위원회가 청와대 뜻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후보 추천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오인환 사장과 장인화 사장이 유력한 차기 포스코 대권 주자로 떠오르면서도, 박기홍 포스코에너지 사장,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오장(吳張) 투톱’이 유력 차기 회장임에도 박 사장과 이 사장이 거론되는 이유는 참여정부 시절 인연 때문이다. 박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친문’ 인사에 가깝고, 이 사장도 이구택 전 회장 시절 임원이 된 ‘이구택 라인’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이 전 회장은 참여정부 시절 포스코의 수장으로 일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오장 투톱’ 중 한 명이 포스코의 새 회장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 사장은 철강사업 전반을 총괄하는 철강부문이 신설된 뒤 초대수장을 맡았다. 현재는 철강사업본부와 기술투자본부가 있는 철강 1부문장 역할을 수행한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권오준 패싱’ 현상이 두드러지자, 경제사절단에 권 회장 대신 참석하면서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인물은 장인화 사장이다. 최근 포스코는 조직개편을 통해 철강생산본부, 경영지원센터가 있는 철강 2부문장을 맡아 역할이 확대됐기때문이다. 그간 철강사업본부, 기술투자본부, 철강생산본부, 경영지원센터를 오 사장이 총괄해왔는데 사업의 절반을 가져가면서 차기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