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엘리 정치경제부 기자
현장에서 만난 한 원전 전문가의 우려다. 청와대나 여당이 최신 기술로 건설·운영 중인 신고리 3·4호기 격납건물에 가 보지 않고 탈원전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르면 이달 말 대규모 원전 건설 예비사업자(쇼트리스트) 발표를 앞둔 가운데, 한국의 사우디 원전 수주 기대감은 높다. 국내에선 ‘탈원전’을 추진해 왔던 정부가 사우디 원전 수주를 놓고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 등과 격돌해야 한다.
정부는 처음에 원전이 ‘위험하다’며 탈원전을 주장했다.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타국에 수출을 타진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런 논리를 편다. “국내는 다수 호기가 밀집해 사고 위험성이 높은 데 반해, 사우디의 경우 사막 한가운데에 세우는 것이어서 위험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원전의 내진 설계는 일반 주택의 내진 설계와 다르다. 일반 주택이 금이 가도 무너지지 않는 걸 기준으로 한다면, 원전은 금이 가도 안 되며 다시 발전(發電)을 할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규모 6.5 수준으로 내진 설계된 원전은 실제로는 7.0~8.0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지진에 충분히 견딜 수 있게 만들어져 현재까지 일본의 쓰나미를 제외하고 지진 피해로 원전이 중단된 사례는 없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핵심 시설이 있는 격납건물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중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
탈원전 추진 논거가 ‘사용후핵연료’라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용후핵연료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서다. 하지만 지진에 의한 방사능 유출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과잉 공포다.
원전 정책은 국내용과 수출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노후 원전은 조기 폐쇄해 원전 의존도를 낮추더라도 최첨단 신규 원전은 건설해 연구 인력과 산업 생태계를 육성해야 한다. 원전을 수출 산업화하고 안전성을 보장하려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