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의 ‘반덤핑 관세 바람’ 앞에 놓인 촛불 신세가 됐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25% 관세에서 해방됐지만, 품목별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수출 다변화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예정이지만, 당장 미국 수출에 의존해야 하는 중견·중소 강관사의 경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향 유정용강관 수출 비중이 높은 넥스틸은 11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관세 연례 재심 최종판정에서 해당 품목에 75.81%의 반덤핑 관세 ‘폭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예비판정 때 보다 29.44%나 높은 고율의 관세가 매겨진 것이다. 미 상무부는 넥스틸의 유정용강관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유로 ‘불리한 가용정보(AFA)’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AFA는 기업이 자료 제출 등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고율의 관세를 산정하는 것을 뜻한다. AFA는 객관적인 기준 없이 미 상무부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경우가 많아 이해 관계에 따라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넥스틸은 이번 반덤핑 관세로 최악 수준의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25% 면세 효과는 사라진 데다, 쿼터로 인해 수출 물량도 절반 가량 줄어들면서 미국 사업에 ‘비상등’이 켜진 탓이다.
넥스틸은 미국 로펌 두 곳과 계약을 맺고 1000쪽이 넘는 감사보고서를 미 상무부 제출했음에도 관세 폭탄을 맞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이번 결정에 불복해 미국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400억 원을 투자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던 계획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세아제강을 포함한 타 강관 수출 업체는 6.75%의 관세로 예비 판정 때보다 소폭 상승하거나, 낮아져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매년 덤핑 판결을 내려 관세를 재산정하는 까닭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동안 국내업체의 ‘눈치보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