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으로 KDB생명과 현대라이프 등 생명보험사들이 많게는 두 배 이상 보험부채를 추가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유도하기 위해 신지급여력제도(K-ICS) 초안을 마련하며 대응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1일 ‘IFRS 17 도입에 따른 생명보험사 신용위험 전망 세미나’에서 KDB생명, 현대라이프, 동양생명, ABL생명, 흥국생명 등 5개 회사가 자본적정성 리스크가 큰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밝혔다. IFRS 17이 도입되면 자기자본 대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보험부채가 100% 이상 커지는 곳들이다.
보험업계에 적용되는 새 회계 기준이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바뀌면서 생기는 변화다. 보험료 인식 기준도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변경된다. 나이스신평이 보험부채 적정성 평가제도(LAT) 결과를 활용해 국내 생보사들의 보험부채가 시가로 평가될 상황을 추정하자 약 531조 원 규모로 나타났다. 기존에 원가로 부채를 평가했을 때보다 생보사들은 약 74조 원의 부채를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특히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대형 3사의 부채 시가평가 금액은 291조 원에 달했다. 업력이 오래된 회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 탓에 원가 평가와 시가평가의 격차가 더 큰 셈이다. 국내 영업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처브라이프, 메트라이프생명, ING생명 등 외국사들의 경우 이 비중이 낮아 비교적 회계제도 변경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다.
앞으로 대형 3사의 자본확충 부담은 매우 크지만 나이스신평은 이들을 자본적정성 고위험군이 아닌 가장 안전한 잠재위험군으로 분류했다. 모기업에서 자본 조달이 가능하고 자체 자본관리 능력도 우수하다는 이유에서다. 이강욱 나이스신평 수석연구원은 “자체 자본조달은 물론 보완자본 조달도 수월하고 대형사로서 감독당국과의 협상능력 등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늘어날 부채만큼 충분히 자본을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지만 회사가 질 부담이 적다고 볼 순 없다.
보험사들의 영업 행태도 회계기준에 맞춰 변하는 추세다. IFRS에서 저축성보험을 매출이 아닌 부채로 인식하게 되면서 보장성 보험 위주의 판매 전략이 중요해졌다. 기존의 현금흐름 기준의 새로운 계약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보유계약을 중시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영업이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