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재판 거부로 피고인 없이 진행된 박근혜(66) 전 대통령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중형이 나올 때까지 법정은 내내 고요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는 6일 특정범죄가중법 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실이 밝혀지면서 탄핵 결정으로 인한 파면 사태까지 이른 바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타인에게 나눠주고 사익을 추구한 최순실(62) 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또 "그런데도 박 전 대통령은 반성하는 모습을 안 보이고 최 씨에게 속았다거나 자신의 의사에 반해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한 일이라고 납득하기 어려운 말로 일관하면서 뉘우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
417호 대법정은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가장 큰 법정으로 15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예정한 시각에 입정한 재판부가 '법정에서의 준수사항'을 공지하는 동안 방청석에서 잠시 소동이 있었지만 법정 경위의 제압으로 큰 동요는 없었다. 이날 공판은 카메라 4대를 통해 전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국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차장검사는 지난 2월 열린 결심공판에도 출석한 바 있다. 덤덤한 표정으로 혐의 별 유, 무죄 판단을 체크하던 한 차장검사는 재판장이 "삼성 뇌물 관련 부정한 청탁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할 때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비어있는 피고인석에는 조현권, 강철구 변호사 등 국선변호인 2명만 자리잡았다. 강 변호사는 선고 직후 항소 계획을 밝히면서 "저희는 이 사건에 대해 들여다보며 반쪽짜리 사과와 같다고 생각했다"며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판단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검찰도 "최종적으로 법과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공범관계인 최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등 국정농단에 연루된 대다수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바 있다. 변호인이 사퇴하는 등 재판 거부로 지연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이날 징역 24년을 선고하면서 국정농단 1심 사건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