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보험사 관 출신 ‘바람막이’ 사외이사 대거 포진

입력 2018-04-0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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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ING생명의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상장 보험사 12곳의 주총이 모두 끝났다. 이번 주총에서는 보험사 대표의 연임 여부가 눈길을 끈 가운데 30명에 가까운사외이사 선임에도 관심이 쏠렸다.

◇ 관료 출신 사외이사 대거 진입… 친정부 성향 인사 눈길 = 올해 보험사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특징은 ‘관료’, ‘친정부’ 이다. 실제로 12개사 사외이사 29명 가운데 38%에 해당하는 11명이 정·관계 출신 인사였다.

보험사 중 주총을 가장 먼저 연 DB손해보험은 재선임한 사외이사 3명 중 정·관계 출신이 2명이다. 박상용 법무법인 율촌 고문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실 행정관을 거쳤고, 김성국 IBK신용정보 대표는 재무부 관료 출신이다.

삼성생명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강윤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는 노무현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대통령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삼성화재는 2007년 조달청장을 지낸 김성진 숭실대 겸임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롯데손해보험은 2000~2010년 금감원 감사와 2006~2007년 금융위 상임위원을 지낸 문재우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사외이사에 재선임했다. 한화생명도 2008~2009년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경한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을 재선임했고, 재무부 사무관 출신인 박승희 정리금융공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동양생명은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인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한화손해보험도 금융감독원 감사를 지낸 방영민 한국지속성장연구원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처럼 보험사 사외이사에 관료 출신, 특히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을 선임한 것은 보험사들이 현재 정부와의 관계 설정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금융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새 회계제도(IFRS 17) 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보험사 사외이사, 회의 한 번에 559만 원… 삼성생명 ‘최다’ = 금감원에 따르면 12개 상장 보험사들은 작년 한 해 동안 46명의 사외이사에게 총 24억7085만 원에 달하는 보수를 지급했다. 1인당 평균 5371만 원의 연봉을 받은 셈이다. 같은 기간 이사회는 총 115회 열렸다. 각사 기준으로는 평균 9번가량 이사회를 연 것인데 이를 고려하면 사외이사들은 평균적으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559만 원가량을 받아 간 것이다.

보험사별로 보면 삼성생명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이 8263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특히 평균 연봉 8000만 원을 넘긴 곳은 상장 보험사 중 삼성생명이 유일하다.

삼성화재는 사외이사들에게 평균 7800만 원을 지급했으며, 이어 △현대해상 6000만 원 △롯데손보 5578만 원 △메리츠화재 5570만 원 △동양생명 5200만 원 △한화생명 5116만 원 순이다.

이사회 개최 횟수당 보수를 기준으로는 한화생명이 1023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삼성화재는 867만 원으로 2위를 기록했고 메리츠화재가 696만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작년 한 해 이사회를 14번 열었던 삼성생명은 590만 원으로 5위에 그쳤다.

이들 사외이사가 작년 이사회에서 반대 의견을 낸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했다. 동양생명과 흥국화재에서 각각 1건씩 나온 것이 전부다. 일각에서는 보험사 사외이사들이 연간 수천억 원을 받아 가면서 사실상 회사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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