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차량 폭파사고를 기점으로 파나소닉의 아성이 흔들리면서 전 세계 전기차(EV) 배터리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등 한국 배터리업체의 약진도 기대되고 있다.
4일 전기차·배터리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1~2월 EV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은 1위를 지켰다. 그러나 성장률은 전년 대비 4.2% 감소했고, 전 세계 시장점유율도 11.4%P 하락했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성장률 하락 원인은 폴크스바겐·테슬라 공급량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파나소닉의 부진은 이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달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진 테슬라 차량 폭파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파나소닉이 납품하는 원통형 배터리가 지목됐다.
파나소닉이 생산하는 원통형 배터리는 배터리 형태로 인한 근본적인 디자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는 노트북 PC를 중심으로 시장을 형성해 온 가장 오래된 방식의 배터리다. 파우치·각형 등 다른 타입 대비 원통형 배터리는 셀 하나당 고에너지를 낼 수 없어 대량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이에 파우치형과 각형을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기업이 최대 변수다. 중국 기업인 BYD, CATL은 200% 넘는 성장률과 약 4%p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CATL은 2020년부터 중국 신규공장에 연간 50GWh의 배터리를 생산해 파나소닉보다 15GWh 더 많은 배터리 생산할 예정이다.
다만 안전·기술력 측면에선 국내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SNE리서치 연구원에 따르면 “기술력·생산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업체들에 위협이 될 만한 상대는 CATL뿐”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의 EV 보조금 축소가 국내 업체들의 중국 시장 진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사(OEM)들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한국 제품 대신 자국 업체의 제품을 사용했지만, 보조금이 축소되면 굳이 자국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다”며 LG화학·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의 시장점유율 순위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