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제언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급물살을 탄 남북 관계 개선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존의 양자 간 수준을 넘어 다자 간이란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국들은 물론 미국까지 경제협력에 참여하는 체계를 구축해, 정세 변화 리스크에 대한 안정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9일 “남북 경제협력이 우리만 의지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유엔 안보리나 미국 등의 대북 제재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남북과 북미가 정상회담을 하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큰 틀에서 이뤄질 텐데, 비핵화가 어떻게 이뤄질지에 대한 프로세스에 따라 경제협력이 연계해 이뤄질 수 있다”고 전제했다.
조 부소장은 “이에 중국과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들의 동향과 의지를 파악해 고려한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경제협력은 남북 양자 간을 넘어 남·북·중, 남·북·러, 심지어 미국이 같이 들어가는 남북미까지 여러 다자 간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협력이 지속가능하게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남북 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었지만 앞선 개성공단 사례처럼 관계가 냉각됐을 경우에도, 다른 국가들이 참여한 사업은 중단이 어려워지는 만큼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부소장은 “또 최근 시장경제 움직임 등 북한 내에서 일어나는 수요를 파악해 지속가능한 형태로 이뤄질 수 있는 경제협력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경제협력은 단계별로 질서 있게 가야 한다. 단계가 구축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북한 핵문제가 잘 풀리면 우선적인 방향은 비경제적 분야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게 좋다”면서 “스포츠, 문화, 사회, 북한의 자연재해와 산림녹화 문제 등에서 먼저 협력하면서 경제협력의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여건이 조성되면 (다음 단계로는 기존에 했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 방안을 찾는 게 나을 것”이라며 “또 과거 6·15 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에서 합의했던 사업들을 지금 시점에서 재검토해 실천하는 방법을 찾는 방향으로 잡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조 부소장은 “신경제지도의 지향점은 단순한 대북정책이 아닌, 우리 경제의 성장과 직결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큰 그림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안에 구체적인 세부지도를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부분은 북한이 계획하는 경제개발 방향과 연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 경제협력 방향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며 “외교 안보적인 합의가 되고, 그걸 기초로 비핵화 과정이 진전되고 대북제재가 해소되면 경제협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선행 과제를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생산성 높은 노동력과 희토류 등 광물자원,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교통물류망을 확보하면 우리의 수출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고 요약했다.
임 연구위원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에서 단계적인 협의와 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통일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이후에 본격적인 사업이 전개되는 상황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더 많은 기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