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인수전에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뱅크가 뛰어들면서 금호타이어 노동조합과 산업은행 모두 당황하는 분위기다.
노조 측은 일단 “환영한다”면서도 복수의 업체가 인수의향이 있는 상태라며 애초 제기했던 ‘국내기업 인수설’과 타이어뱅크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들이 정치인으로부터 들었던 ‘국내 기업’은 타이어뱅크가 아니라는 얘기다. 노조도 당황스러운 것은 겉으론 해외 매각을 반대했지만, 그들이 진짜 원했던 것은 누가 인수를 하든 확실한 고용보장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타이어뱅크가 인수할 경우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 복지나 고용보장 측면에선 조건이 더블스타보다 악화될 수 있다.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27일 오전 10시 대전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와 채권단을 만나 각각의 입장을 경청한 후 인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며 “경영 정상화 후에는 세계 5위 안에 드는 회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무 안정성과 사업 능력 등의 측면에서 타이어뱅크는 더블스타의 비교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3년 설립된 타이어뱅크는 전국에 약 4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매출액이 3729억2781만 원, 당기순이익은 272억5617만 원이다. 2013~2015년 매출은 2350억~2760억 원, 순이익 200억~300억 원을 기록했다. 보유 현금은 약 190억 원으로 알려졌다. 비상장 회사로 지분 93%는 김 회장이 갖고 있다. 업계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것은 이런 재무구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서는 65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한데, 타이어뱅크의 규모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에는 턱없이 작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타이어뱅크 뒤에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재무적 투자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타이어뱅크의 재무적 투자자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니냐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말 그대로 일대 혼란이 일어난 셈이다.
산은이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애초 산은은 지난해 ‘공개입찰’을 통해 중국 더블스타를 우선협상자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박삼구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상표권 분쟁 등 갖은 논란이 튀어나와 끝내 무산됐다. 이후 산은은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 평가를 통해 다시 더블스타와 협상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제3자, 다른 기업이 들어올 가능성을 배제한 상태로 해외매각을 추진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타이어뱅크로 인해 산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입찰을 하지 않고 더블스타만을 상대로 협상을 재개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더블스타가 현실적인 대안이었음은 분명히 보이지만 매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재입찰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알고 있다는 국내 기업이 타이어뱅크에 이어 인수 의향을 표명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정한 데드라인은 30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기간에 여러 국내 기업의 인수 타당성을 검증하기는 물리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인과 강성 노조가 만든 최악의 구조조정 케이스”이라며 “이런 혼란을 중국의 더블스타가 어느 선까지 인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