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 결국 법원 '손으로'...파산시 비리 의혹 부각될 듯

입력 2018-03-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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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배당 후 재무상태 재실사 예정…채권단 “법원 판단 따라 부채 탕감 고려”

2010년부터 채권단 관리를 받아 온 중견 조선업체 성동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성동조선해양이 사라질지 아니면 회생하게 될지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전날 창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성동조선해양 채권단과 정부는 이달 8일 중견조선소 처리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채가 3조 원에 달하는 이 회사를 법정관리 하기로 결정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회계법인의 실사에서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게 나왔다. 이 때문에 성동조선해양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더 이상 이 회사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수출입은행 등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성동조선해양에 출자전환을 포함, 4조 원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성동조선해양에 더 이상 자금 불가 여론은 이미 지난해부터 채권단에 형성돼 있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신규 자금을 성동조선해양에 더 넣는 것은 은행이 더 이상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창원지법은 성동조선이 위치한 통영시를 관할하는 법원이다.해당 법원 파산부는 법인파산·법인회생을 전담한다. 창원지법은 파산1부에 성동조선해양 사건을 배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성동조선해양 사건 배당이 완료되면 이후 조사원을 통해 회사 재무 상태를 재실사하게 된다. 법원의 실사 역시 존속가치청산가치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은 낮다. 대신 법원은 성동조선해양의 회생자구안과 채권단의 자금 지원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성동조선해양에 더 이상 자금을 넣지 않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 회생보다는 청산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의 존속 가능성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채권단이 채무를 탕감하면 국내 중견 기업들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할 수 있다. 이미 중소 조선사에 관심을 보여왔던 한 업체는 성동조선해양의 채무 탕감을 조건으로 이 회사에 대한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자금을 새로 넣는 회생 방식은 아니지만 법원의 매각 절차 결과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이 회생할 수 있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성동조선해양의 부채 탕감을 적극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지역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로 출발한 성동조선은 2004년 초 선박 건조 시장에 뛰어든 중견 조선소다. 2009년에는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성장했고 그해 10억 달러 수출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파생상품 거래손실 등으로 유동성 부족과 신규 수주 부진 등이 잇따르면서 2010년 4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갔다.

한편 성동조선해양이 파산한다면 이 회사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성동조선해양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해당 혐의를 인정,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성동조선해양이 파산하게 되면 검찰이 해당 의혹을 둘러싼 주변을 더욱 깊게 파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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