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77) 전 대통령이 14일 뇌물수수·횡령 등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출석한다.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검찰 조사를 받는 다섯 번째 대통령이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는 이날 오전 9시30분께부터 검찰 청사 1001호에서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이 전 대통령은 오전 9시께 서울 논현동 자택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서울중앙지검까지 예상 경로는 4.7km. 교통 통제로 10여 분 뒤 검찰 청사에 도착한다. 이 전 대통령은 내외신 기자 600여 명이 기다리는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간략히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후 그는 수사를 지휘하는 한동훈(45·사법연수원 27기)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와 만나 10여 분 간 짧은 티타임을 갖는다. 조사 목적과 과정 등 설명을 듣는 자리다. 이 전 대통령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송경호(48·29기) 특수2부장검사와 신봉수(48·29기) 첨단범죄수사1부장검사, 이복현(46·32기) 특수2부 부부장검사 등 3명이 맡았다. 송 부장검사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최근 드러난 민간 영역 금품 수수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개입 여부를 확인한다. 신 부장검사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와 삼성 소송 비용 대납 의혹 등을 캐묻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조세포탈, 직권남용, 횡령·배임 등 의혹을 받는 혐의만 20개에 달한다. 핵심 쟁점은 자동차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주가 누구인지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각종 경영 비리는 물론 미국에서 진행한 BBK 투자금 반환 소송 비용 60억 원을 삼성이 대납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총 17억5000만 원을 상납받은 혐의도 있다. 최근에는 이 전 대통령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 원)과 대보그룹(5억 원), ABC 상사(2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등 민간 영역에서 받은 불법 자금도 드러났다.
이날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판사 출신 강훈(64·14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박명환(48·32기)·피영현(48·33기)·김병철(43·39기) 변호사가 나선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는 자신과 무관하고, 삼성이 다스 미국 소송 비용을 대납한 혐의 역시 '처음 듣는 일'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는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혐의가 방대한 데다가 전직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부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가급적 1회 조사로 마치는 방식이 바람직해 불가피하게 조사가 길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공범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구속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