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주주제안 안건으로 상정...주총 통과할 지 촉각
KB금융지주가 금융권 최초로 정·관계 인사의 ‘낙하산’을 방지하는 내규 마련에 착수했다.
최근 금융권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권+마피아)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금융권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7일 KB금융에 따르면 23일 정기 주주총회에 정·관계 인사의 낙하산을 방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주주제안이 안건으로 채택됐다. 만일 이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면 금융회사가 정·관계 출신 인사의 선임을 내규로 제한하는 첫 사례가 된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KB노협)가 주주제안으로 제출한 안건에는 ‘공직자윤리법 제3조 제1항’의 취업 제한 규정과 같이 청와대·행정부·사법부·국회·정당 등에서 일정 기간 재직한 인물은 퇴직 후 3년간 이사로 선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KB 노협은 지난해 9월에도 낙하산 인사 방지를 이사회 내 지배구조위원회 규정으로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이사회 결정사항이라며 거리를 두자 그해 11월 임시 주총 안건에 올리지 못했다.
KB노협의 이 같은 주주제안이 주총을 통과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결국, 지분 70%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KB노협은 지난해 11월 임시 주총에서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으나 찬성률 17.78%로 부결됐다. 당시 지분 70%에 육박하는 외국인들이 노조의 경영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던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KB금융 노조 측이 제안한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ISS는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내놓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 때 ISS 의견을 상당 부분 참고한다.
금융권에선 외국인 주주들이 그동안 국내 금융회사의 ‘낙하산’ 관행을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지속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에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관 신설이나 개정은 주총에 참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안건에 대해 외국인 주주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 수 없다” 며 “만일 통과된다면 금융회사의 내규로 정·관계 출신 인사의 취업을 제한하는 첫 사례로 다른 금융회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