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 관세, 트럼프에 자충수…인프라 공약 어쩌나

입력 2018-03-0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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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 뉴욕 허드슨강의 마리오쿠오모 브리지 건설 현장.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결정이 자충수가 될 전망이다. 철강 관세가 건설 비용을 높여 인프라 재건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미국 우선주의’ 공약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했다.

지난해 세계 경제 전망이 개선되면서 석유나 철강 등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수요도 늘면서 건설 자재 가격은 상승했다. 건설 산업에 사용되는 아스팔트, 콘크리트, 디젤 연료 및 기타 재료에 대한 미국 노동부의 생산자 물가지수는 올해 1월 전년 대비 4.9% 상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전년 대비 5.6% 올라 7년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철강 제품에 대한 생산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7.8% 올랐다. 이는 전반적인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보다도 큰 폭이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2.5%,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켄 시몬슨 미국일반건설협회(AGC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은 건설 산업 수요가 국내 및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철강과 알루미늄이 미국 경제 산출의 0.2%만을 차지하기 때문에 관세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나 건설 분야에서는 다르다. 미국 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철강 소비량 중 43%는 건설업계에 공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교량 건설은 철강을 대량 소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뉴욕 허드슨강에 새로 만들어진 태판지 브리지(마리오쿠오모 브리지)는 2억2000만 파운드(약 9만9790톤)의 강철을 사용했다. 그레고리 다코 옥스포드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철강 생산은 경제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문제는 철강 소비가 분야를 넘나들며 존재한다는 것”이라면서 “건설 부문은 철강의 주요 소비 분야이며 이러한 정책의 역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를 돕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소비 분야에 주는 고통이 생산 부문에 주는 이익보다 크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철강 가격이 오르면 철강을 사용하는 모든 프로젝트의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초 트럼프 행정부는 2000억 달러(약 216조3600억 원)의 연방 예산을 투입해 인프라 건설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나머지는 주정부와 지방정부 또는 민간 부문의 기금을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관세 부과로 건설 비용 증가가 예상되지만 더 이상 예산을 늘리기는 어렵다. 앞선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정부 예산의 다른 부분을 삭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비용 부담이 커지면 일부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정상 수준의 가격 변동을 처리할 준비가 되어있으나 관세로 인해 우리가 처리하기 어려운 범위로 변동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네브래스카 주 더글러스 카운티는 공공 안전시설 건설을 계획하고 있으나 비용 증가로 프로젝트가 취소될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관세로 인한 철강 가격 인상은 인프라 건설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건설 관련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전미 주택건설협회는 철강 관세로 인해 약 9400개의 건설 분야 일자리가 사라지고 단독주택 가격이 평균 1360달러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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