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망설이지 말고 일단 하자

입력 2018-03-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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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처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도 앞에 있는 사람에게 “맛있느냐, 먹을 만하냐, 무슨 맛이냐, 어떤 맛이랑 비슷하냐”라고 물어보고, 가죽 재킷을 입어 보라는 친구의 조언에 ‘나와는 어울리지 않아’라는 생각에 고개를 젓는다.

필자도 이 글을 쓰려고 시작할 때 좀처럼 첫 글자를 쓰지 못했다. ‘무슨 글을 써야 할까? 내가 글을 쓸 수 있을까? 무슨 말로 시작할까?’ 하는 고민에 오타만 늘어놓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내 삶의 모토대로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처음에 대한 망설임과 걱정에 쓰는데, 그 시간의 심사숙고는 대부분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단 시작해 보면 이 일이 내게 맞는지, 괜찮은지, 못하겠는지 답이 나온다.

냉탕에 들어갈 때도, 번지점프를 할 때에도 그 앞에서 망설이고 고민만 하면 뛰어들 수 없지만 막상 뛰어 보면 별 것 없다. 대학을 갈 때, 취업을 준비할 때, 직장에 입사할 때, 회사를 옮겼을 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처음이라는 시공간은 내 머릿속에 있던 상상과는 다른 곳이다.

나의 직업은 배우다. 배우는 매일이 새로운 도전이고, 처음에 대한 도전의 연속이다. 오디션을 볼 때도,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연기할 때도 처음 만나는 인생을 깊이 공감하고 표현해야 한다. 나를 번지점프대 위에서 던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우리에겐 번지점프 줄이 있다. 새로운 걸 한다고 죽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다. 복권에 당첨되고 싶으면 복권을 사자. 여행을 가고 싶다면 일단 비행기 티켓을 끊자. 계획은 그 다음에 짜도 늦지 않다. 몸짱이 되고 싶다면 헬스장에 가서 등록하자. 악기를 배우고 싶다면 일단 학원에 가서 등록하자. 시험에 합격하고 싶다면 지원서부터 제출해 보자.

그럼 어느 순간 오카리나를 자유롭게 연주하고,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이 글이 어느새 완성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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