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PP 복귀 땐 우리나라 무역전쟁 희생양 우려
일본 주도로 11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탈퇴 의사를 밝힌 미국이 재가입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만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정권에서 TPP 참여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은 통상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정부와 통상전문가에 따르면 미국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TPP 가입을 꺼내 들면서 지켜보던 우리 정부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됐다.
TPP는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과 차별화하면서 높은 수준의 개방을 목표로 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FTA로, 회원국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좌고우면하던 정부는 2013년 하반기 TPP 참여를 타진했지만 실익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협상에 참여하지 못했다. 특히 핵심 국가인 미국이 빠지면서 정부는 가입을 사실상 미뤘다.
하지만 미국이 최근 TPP 가입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TPP가 가동될 경우 미국과 일본 간 FTA가 체결된 효과가 발생해 한국 제품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빠진 상태에서 TPP가 발효될 경우 우리가 양자 FTA를 체결한 시장에서 다른 TPP 회원국들과 그 시장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며 “원래 선점하던 시장을 나눠 먹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특혜 관세를 받기 위해 원산지 규정을 만족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TPP 회원국들이 중간재 조달선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한국산 중간재를 쓰던 TPP 회원국이 원산지 규정 충족을 위해 다른 나라 중간재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당장 TPP 가입을 추진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가 가입하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한국은 경제 무역 차원에서 이해관계가 크기 때문에 협상이 복잡하게 전개될 소지가 많아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