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부 검사의 소소한 일상을 엮은 책 ‘검사내전’이 지난달 말 출간된 직후 법조계에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난주부터 교보문고가 집계한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줄곧 1위를 지키고 있다.
저자인 김웅(48·사법연수원 29기) 인천지검 공안부장은 “요즘 검찰에 시끄러운 일이 많은데 (책 속의) 일상적인 검사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부장검사는 책을 쓰면서 스스로를 ‘생활형 검사’로 지칭했다. 드라마와 달리 검찰도 일반 회사와 거의 같고 검사들도 보통의 직장인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게 김 부장검사의 얘기다. 물론 정치 검사 등 권력을 추구하는 인물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검사는 그저 생활로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는 것이다.
김 부장검사는 18년간 형사부 검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낀 기막힌 일들과 기구한 사연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았다. 초임 검사 시절 부적응자로 조직 내에서 눈총을 받았던 일이나, 늦은 저녁 차장검사의 치기 어린 술자리 집합 전화를 받고도 그냥 야근했다는 일화는 경직된 검찰 조직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검사내전의 인기비결은 단순히 각종 사건·사고를 기록한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부장검사는 자신이 담당했던 수많은 사건의 감춰진 이면과 사연을 바라보기 위해 애썼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를 통해 법과 처벌로 모든 걸 해결하겠다는 ‘입법 만능주의’와 ‘형사처벌 편의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김 부장검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산도박장 박 여사’ 이야기를 꼽았다. 산도박을 하다가 구속된 박 여사는 집행유예로 풀려난 후 하루도 되지 않아 도박장에서 음료수를 팔다 다시 잡혔다. 수사계장의 비난에 발끈한 박 여사, 험악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부른 딸의 모습에 비친 삶의 고단한 무게와 이를 나눠서 지기 위한 한 어머니의 사연이 김 부장검사의 시선을 통해 그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결국 박 여사를 도박개장죄가 아닌 도박방조죄로 기소했다.
김 부장검사는 “형사처벌을 하는 것만이 세상을 좋게 만드는 일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박 여사 사례를 통해 법보다 가족 간의 화해와 용서가 훨씬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