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말 중에 ‘서방님’이라는 말처럼 그 의미가 헷갈리는 말도 많지 않을 것이다.
가수 이미자(李美子)의 노래 ‘아씨’의 가사인 “옛날에 이 길은 서방님 따라서 시집가던 길”에 나오는 서방님은 ‘남편’이라는 뜻인데, 요즈음에도 전통을 지키는 집안에서는 결혼한 시동생을 부를 때 ‘서방님’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또 손아래 시누이의 남편을 이르거나 부를 때에도 ‘서방님’이라고 한다.
전통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세대(世代)가 보기에는 자칫 한 여인이 근친(近親) 셋을 한꺼번에 남편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어 더러 황당한 용어라는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결혼하지 않은 시동생, 즉 남편의 동생을 일러 도련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적잖이 헷갈리는 말들이다.
서방님의 ‘서방’은 한자로 ‘書房’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글 서’, ‘방[room] 방’이라고 훈독(訓讀)한다. 글자대로 뜻을 풀자면 ‘글방’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날의 ‘서점’이라는 개념은 아니다. 바로 글공부를 하는 방, 즉 오늘날로 치자면 서재나 사랑방 혹은 서재와 사랑방의 개념을 합친 방이라는 의미이다.
조선시대 남자들은 출세하기 위해서, 혹은 실력과 인품을 닦기 위해서 평생을 ‘글방’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편도, 시동생도, 시누이 남편도 다 ‘글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통칭하여 ‘서방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밥을 먹을 때가 되면 ‘글방’을 향해 ‘글방에 계시는 분들’, 즉 “서방님들 다 오셔서 진지 드세요”라고 불렀을 법도 하다.
서방님이라는 호칭이 바로 이런 의미로 쓰인 데에 유래하여 오늘날도 전통을 지키는 집에서는 더러 남편의 남동생을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도련님은 한자어 ‘道令(길 도, 우두머리 령)’에서 나온 말이다. 도(학문)를 닦고 있는 인재 중 으뜸이라는 뜻을 담은 애칭으로,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남편의 동생을 부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