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한미약품 주가 폭락의 또 다른 이유

입력 2018-02-2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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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차장

78만 원→41만 원→25만 원→62만 원→49만 원. 지난 1년 5개월 동안 롤러코스터를 탄 한미약품의 주가다.

며칠 전에도 한미약품은 하루 만에 9% 가까이 주가가 급락했다. 설 연휴 전날인 14일 장 마감 후, 2015년 3월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에 기술 이전된 면역질환 신약후보 물질 ‘HM71224’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공시 후 첫 거래일인 19일 이 회사의 주가는 8.5% 하락, 시가총액 약 5300억 원이 증발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은 임상시험 중단이지만, 그 이면에는 낙폭을 더 키운 요인이 숨어 있다. 설날 연휴 전날 장 마감 이후 올빼미 공시를 의도적으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직과 신뢰의 문제다. 투자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대를 이용해 악재를 공시, 주가 하락을 막고자 했던 의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 이날 몇몇 주식 커뮤니티에는 한미약품의 올빼미 공시 논란을 질타하는 글들이 올라오며 성난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반영했다.

게다가 한미약품은 2년여 전에도 이런 공시 행태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지 않은가. 이 회사는 2016년 10월 1~3일 징검다리 휴일 직전인 9월 30일에 7억3000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 취소 공시를 한 바 있다. 당시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의 한미약품 항암신약 기술이전 계약 취소 사실을 공시 전날인 29일 오후 7시 6분에 통보받았으나, 14시간을 넘긴 다음 날 오전 9시 29분에 이를 공시해, ‘의도성이 짙은 늑장 공시’라는 논란이 불거졌었다. 공시 당일 증발한 제약·바이오 업종의 시가총액은 5조 원에 달한다. 한때 80만 원대를 바라보던 한미약품 주가는 하락을 이어가면서 20만 원대까지 추락했었다. 아울러 공시 전날 한미약품 사내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악재 정보가 사전 유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금융위원회는 한미약품 직원 등 14명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총 24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같은 한미약품 사태가 2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한번 공시 논란이 불거지자, 회사 측은 “과거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데, 지연 공시를 또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억울함이 영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한 증권 전문가는 “올빼미 공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악재성 공시를 연휴 전날에 냈다는 점이 의심스럽다”고 언급했다. 포털 증권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투자자도 “‘정직하지 못하다’는 기업 이미지가 강해져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약품 사태 당시 금융소비자원을 통한 검찰 고발 등 한 차례 홍역을 치른 탓일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사례가 한미약품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로움에 합당한지 먼저 생각하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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