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게도 한국에서는 경영학과 교수님도, 주식방송에서 일하는 앵커마저도 주식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메리츠자산운용의 직원들조차 과거에는 주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주식형 펀드에 개인적으로 투자를 안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주식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뿌리박혀 있는 것 같다.
주식에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다리지 못하는 조바심에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투자가들이 주식을 매입과 동시에 언제 팔 것인가를 고민한다. 5%나 10%의 수익만 나면 얼른 팔아 버리는 것을 당연시한다. 이와 반대로 10%나 20%의 손실이 나면 더 떨어질까 걱정이 되어 손절매(損切賣)라는 이름으로 매각한다. 이런 방식으로는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 카지노에서 돈을 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변덕스럽게 움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튼튼한 회사들의 주식가격은 오르게 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다. 좋은 주식을 고르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단기적인 시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신문에서 어떤 펀드가 시장의 하락을 예측해 현금비중을 높여 시장의 하락에 비해 선방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또한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한두 번은 맞힐 수 있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뉴욕에서 1990년대 초반부터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던 15년 동안 주식은 사기만 했지, 판 기억이 별로 없다. 평균적으로 주식을 한 번 매입하면 9년을 보유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2만 원 정도에 매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15년 동안 한 번도 팔지 않았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10배, 100배 번 주식이 수두룩하다.
주식투자에 성공하려면 좋은 투자 철학이 필요하다.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 회사와 동업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회사의 지분을 갖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 생각이 뚜렷하다면 단기적인 주가의 변동에 다른 사람들처럼 잠을 못 자지 않는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주식시장이 다시 호황이 왔다고 좋아하지 않았는가. 6개월도 못 가서 지금은 중국발 악재로 인해 주식시장이 많이 하락했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의 본질적인 가치는 6개월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회사는 똑같은데, 주식 가격만 다를 뿐이다. 회사가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고 생각되면 현명한 투자자는 오히려 주식 하락을 좋은 매수의 기회로 삼는다. 단기적인 수익에 얽매인 사람은 그러한 시각을 갖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주식투자를 하는 이유에 대해 대부분 “노후를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반면 한국은 단기적인 목돈 마련이 대부분이다. 강조하건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평범한 직장인이 주식에 투자하지 않고 노후를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젊었을 때부터 좋은 주식투자의 철학을 가지고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꼭 여유 자금으로 장기적으로 분산 투자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당연히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하고, 더 나아가 월급의 일정 부분을 기계적으로 투자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주식은 사서 모으는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매각할 이유가 없다. 투자한 회사의 직원들이 나의 노후 준비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노후가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라고 생각하면 단기적인 주가 변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