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아닌 ‘자산소유자"...보험사,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고민

입력 2018-0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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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보험사 13곳 중 5곳 기관투자자 지분율 5% 넘어

정부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결정한 KB손해보험과 KB생명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보험사들은 아직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문제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비상장사인 KB손보와 KB생명도 KB금융지주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기 위한 자율지침이다.

고객의 자금을 맡아 운용하는 만큼 책임감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문재인 정부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화를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국정과제로 제시하는 등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주저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방식은 주식보다 채권의 비중이 높다. 그마저도 주식의 경우 보험사가 직접 운용하는 것보다 자산운용사에 맡긴다. 따라서 보험사는 자산운용사가 아니라 ‘자산소유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현화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코드는 자산소유자에게도 수탁자 책임을 지우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도 스튜어드십코드에 참여할 수 있다"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여부, 투자대상 회사에 대한 감시 방식 등 본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도입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두고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는 상황인데 보험사가 먼저 나서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한편 보험사는 기관투자자인 동시에 투자대상 회사인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활성화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이 높아지면 보험사의 경영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관투자자의 간섭이 커지면 경영상 비효율을 초래해 보험사들이 수탁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상장 보험사 13곳 중 한화생명, 삼성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5곳은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5% 이상이다. 가장 지분율이 높은 곳은 한화생명이다. 예금보험공사가 12.5%를 소유하고 있다. 그밖에 삼성화재(9.11%), DB손해보험(8.97%), 현대해상(7.91%), 삼성생명(6.11%) 등은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은 상황이다.

황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재대로 운영된다면 보험사의 발전과 기금 수익률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관투자자가 보험사 경영에 대한 감시 및 의결권 행사 등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기 위한 세부 지침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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