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올해의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전국 주택시장 안정세를 지난해 성과로 소개했다. 8·2대책 발표 이전인 지난해 7월 다섯째 주 전국 집값 상승률이 0.1%였다가 12월 마지막 주에 0.01%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 집값만 계속 추락하고 있고 집값 안정화의 핵심 대상인 서울은 오히려 치솟고 있어 본래 정책 목표는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이 3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1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달보다 0.86% 올라 2008년 7월(0.91%)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 지난해 12월 0.01% 떨어진 데 이어 올 1월에는 0.05% 하락했다.
당초 집값 안정화의 핵심은 서울 집값을 잡느냐였다. 지방보다 서울에 생활 기반을 둔 서민들이 집 구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수도권이 7.6, 광역시가 5.3, 도지역이 4.7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4분기 서울의 아파트PIR를 9.4로 집계했다. 서울에서 평균값인 아파트를 사려면 9년 6개월 동안 버는 족족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서울은 이처럼 내 집 마련 부담이 크면서도 수요가 높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비율인 자가보유율에서도 평균에 한참 못 미쳐서다. 2015년 기준으로 서울의 자가보유율은 41.1%이다. 전국 수치인 59.9%와 비교하면 18.8%p 차이가 발생한다.
때문에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을 떠나는 인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은 지난해에만 9만8000명이 서울에서 순유출됐다고 밝혔다. 주택을 이유로 빠져나간 비율이 81.4%로 전국 수치인 41.3%를 크게 웃돈다.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서울 집값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생활 인프라가 잘 돼 있는 서울에 살고 싶은 욕망은 어쩔 수 없어서 규제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며 “침체가 극심한 지방 부동산 시장에는 활력을 줄 수 있도록 정부가 거래량 증가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