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저랬다’ 정부…부동산 시장 불안 키운다

입력 2018-01-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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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보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 부처 간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을 두고 주관부서 고위 공직자들이 ‘이랬다저랬다’ 말을 쏟아내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장의 불안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연 부총리는 26일 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고려해서 상당히 신중히 검토할 생각이다”며 “지금으로선 정해진 정책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18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건축물의 구조적 안정성이나 내구연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지 8일 만에 나온 유보적 입장이다.

김 장관의 발언이 있던 불과 일주일 전에도 실무책임자인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재건축 연한 연장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언론 보도로 재건축 연한 연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건축 단지 소유자 중심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시점이었다.

고위 공직자들이 이처럼 같은 부동산 정책을 두고 온도 차를 드러내며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형국이다. 수억 원대 자산을 두고 선택해야 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발(發) 혼란으로 중장기적 안목을 갖기 어렵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존재하는 목적은 시장을 안정적인 환경으로 만들어 국민이 소신껏 결정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고위 공직자들의 서로 엇갈리고 이후에 뒤집히는 말로 시장의 불안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 분야의 수장 격인 김 부총리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수차례 의견을 바꾼 바 있다. 그는 보유세 인상에 관해 ‘불가’ 입장을 전해오다가 현재는 보유세 인상을 타당하다고 평가한 상태다. 임대료 상한인상률을 연 5%로 낮추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10년으로 늘리는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고려는 하지만 부작용도 보고 있다”는 유보적 입장에서 바로 다음 달 추진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김 총리의 발언이 시장에서 유의해야 할 신호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김 총리는 보유세, 법인세 인상 등에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다가 결국 청와대 입장을 따라갔다”며 “이번 재건축 연한에 대해서도 시장은 김 총리의 입장과 상관없이 연장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총리는 재건축 연한 연장에 대해 불거진 ‘엇박자’ 논란에 대해 29일 자신의 SNS에 “(김 장관의 발언과)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결이 다를 수도 있지만, 큰 틀에서 재건축 연한 연장 문제는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의견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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