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개막한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 포럼)에는 세계 유수의 금융 기관장과 주요 투자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2017년 12월에 실현한 법인세 감면을 골자로 한 대규모 세제 개혁에 전폭적으로 찬사를 보냈다고 CNN이 보도했다.
기업 수장들은 트럼프의 감세가 미국 경제 성장과 투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낸 미국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는 “법인세율이 낮아져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선진국으로 가고 싶은 곳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을 꼽고 있다”며 “대량의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고 있다 ”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말 연방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했다. 이에 미국 법인세율은 일본 독일 등 주요국보다 낮아졌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티잔 티엄 CEO는 “기업들이 미국에서 더 많은 거래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세제 개편은 우리가 세계 경제에 자극을 주는데 필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것의 긍정적인 영향이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코벗 CEO는 “세제 개편이 사업 확장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를 낙관론에서 자신감으로 이끄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증시 나스닥의 아데나 프리드먼 CEO도 “금융시장은 세제 개편에 신속하게 반응했다”고 지적하고 기업 실적 개선 등을 배경으로 2018년에는 기업공개(IPO)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경영자들은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이르면 기업들의 이러한 투자의 결과로 발생하는 새로운 일자리를 확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많은 일자리를 채우기가 진짜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트럼프의 감세가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미국 세제 개편으로 미국 경제가 잘 나가면 교역 상대국에도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기존의 2.3%에서 0.4%포인트 상향했다. 내년은 2.5%로 약간 둔화할 것으로 봤는데, 이 역시 IMF의 기존 전망치인 1.9%는 높은 것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감세가 즉각적인 효과만 드러난 것일 뿐 장기적으로는 폐해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독일 물류기업 도이치포스트의 프랭크 아펠 CEO는 “모든 정부와 기업은 교육과 인프라 경쟁력에 투자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좋은 예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그러면서 “감세에 의존하는 트럼프 정권의 전략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는데는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에 관해서는,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노동시장 개혁을 평가하는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티엄 CEO는 ”나는 오랫동안 프랑스를 무기력하게 봤는데 이제는 강력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역대 정권이 이루지 못한 경직적인 노동 시장에 메스를 가해 고용 조건 변경을 유연화하는 등 친기업 성향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도이치포스트의 아펠 CEO도 “프랑스와 독일이 잘하면 유럽은 문제 없다”고 향후 경제에 자신감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