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 제품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로 하면서 미국 가전업체 월풀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제프 페티그 월풀 회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발표는 10년 가까운 소송을 매듭 짓는 것으로 오하이오, 켄터키,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에서 새로운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이것은 미국 노동자와 소비자 모두의 승리다. 트럼프와 대법원이 기존의 무역법을 시행함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이 외국 기업과 경쟁할 수 있고, 미국에서 새로운 제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를 위한 혁신의 시대”라고 치켜세웠다.
월풀은 세이프가드 발동 결정에 따라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오하이오 주 클라이드 공장에 정규직 일자리 200개를 새로 만들었다. 월풀은 “신규 채용은 월풀의 혁신, 제조 및 추가 제조작업에 대한 투자 증가의 시작일 뿐”이라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 무역 및 제조 정책국, 국제무역위원회(ITC), 그리고 미국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한 의회 의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적인 세탁기를 생산해준데 대해 감사한다. 오늘 발표가 마침내 진정한 경쟁을 다시 불러일으키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태양광 패널 및 가정용 세탁기의 대미 수출 급증이 미국 기업에 손해를 끼쳤다며 통상법 201조에 따른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미국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약 16년 만으로 월풀이 ITC에 최초의 반덤핑 청원서를 제출한 2011년 시작된 소송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월풀은 2011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세탁기를 덤핑 판매한다고 주장해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덤핑 관세 부과를 이끌어내는 등 끈질기게 한국 기업들을 괴롭혀왔다. 이후 삼성과 LG는 세탁기 생산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대응했으나 2017년 초 미국 정부가 중국에서 제조된 세탁기에 대해서도 삼성과 LG에 새로운 반덤핑 명령을 발효했다. 이에 삼성과 LG는 미국 정부가 해당 벌금을 부과하기도 전에 울며겨자먹기로 베트남과 태국으로 생산을 옮겨야 했다.
월풀의 괴롭히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같은 해 5월 월풀은 삼성 LG의 옮겨다니기식 생산에 종지부를 찍고자 ITC에 또 청원서를 제출, ITC는 같은 해 10월 가정용 세탁기 수입 증가가 미국 세탁기 산업의 중대한 부진 원인이라고 만장일치로 표결, 12월에 대통령에게 구제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런 트럼프의 자국 기업 감싸기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월풀이 삼성과 LG를 꺾고 미국내 1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두 회사는 미국에서 연간 300만 대의 세탁기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월풀의 미국 내 점유율은 2년 새 3%포인트 가까이 줄어든 반면 삼성과 LG는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삼성과 LG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19%, 15%였다.
다만 ITC가 저율관세할당(TRQ)을 120만대로 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선 50%의 관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자칫 삼성 LG의 제품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률 감소를 줄이고자 판매 가격을 상향하면 소비자들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한편 월풀은 포천이 22일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8년째 이름을 올렸다. 월풀은 주택 장비, 가구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해당 분야 1위에 올랐다. 전체 순위는 137위다.
이 순위는 업계 임원 3900명의 관찰과 의견을 통한 기업 평판을 기반으로 산출한다. 설문조사는 혁신, 인재 관리, 기업자산 사용, 사회적 책임, 경영 품질, 장기 투자, 재무 건전성, 제품 및 서비스 품질 및 글로벌 경쟁력 등 9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마크 비처 월풀 최고경영자(CEO)는 “포천의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순위에 올라 다시 한번 인정받게 돼 영광”이라며 “월풀은 1세기 넘는 기간에 소비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러한 인식은 사람들과 원칙에 대한 증거이며 월풀이 업계 리더임을 입증한 것”이라고 자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