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 참여하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이 커졌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산은은 대우건설 헐값 매각 논란부터 호반건설 특혜 의혹과 노조의 반대 등 삼각 파고를 넘어야 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에 성공한다 해도 지분 인수금액 대비 1조6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산은은 2010년 1주당 1만1123원, 2011년에 1주당 1만8000원 등 총 3조1785억 원에 대우건설 지분 2억1093만 주(50.75%)를 인수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할 지분가치는 1주당 6500~7500원 선이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7500원에 인수한다고 가정해도 산은은 1조5985억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산은은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과 대우건설 노조의 반발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향후 대우건설 매각 부실 의혹이 제기되면 이동걸 회장과 담당자들은 끊임없이 이를 감내해야만 한다. 금융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면 산은은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대우건설 지분의 분할 매각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는 호반건설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13일 대우건설 예비입찰을 실시했다. 당시 해당 은행은 지분 분할 매각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안내하지 않았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후보들이 대우건설 인수 진의 여부를 떠나 모든 후보에게 정보가 공정하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한 시장 관계자는 “인수 참여자의 자금 조달력보다는 산은이 국내기업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올해 6월 예정된 지방선거도 변수다. 앞서 산은은 금호타이어의 채권 만기를 1년 연장하며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성동조선해양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 방향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산은이 먼저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상 채권 만기 연장은 3년 또는 5년이 일반적이다. 1년 연장을 한 것은 현재 금호타이어 재매각 협상이 본격 진행 중이거나, 아니면 지방선거를 의식 최종 해결을 나중으로 미룬 것, 이 두 가지 중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 후자라면 해당 논리는 대우건설 매각 상황에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반면 산은이 대우건설을 이번에 매각해야만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등 산은이 비금융 자회사를 보유하는 기간이 오래될수록 기업 가치는 되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에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하면 향후도 장담할 수 없다. 산은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같은 업무가 줄어들면 중견·중소기업 지원과 같은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