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최저임금 9달러에서 11달러로 인상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세제 개혁이 낙수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법인세율 대폭 인하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직원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선봉이 유통공룡 월마트다. 월마트는 11일(현지시간) 자사 최저임금을 시간당 11달러(약 1만1800원)로 인상하고 일회성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월마트는 2월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1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2015년 이후 최저임금은 10달러다. 신입 직원 교육을 마치기 전에는 9달러가 적용된다. 월마트는 미국 내에서 15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번 임금 인상으로 미국 내 직원 100만 명이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임금은 이보다 높다. 현재 13.85달러인 풀타임 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14.50달러로 오른다. 일회성 상여금도 지급한다. 근속년수에 따라 지급되는데, 20년간 근무한 직원은 최대인 1000달러를, 2년 미만 근무자는 200달러를 받는다. 직원 복지도 강화해 유급 출산휴가를 확대했다. 10주간의 출산휴가와 6주간의 육아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자녀를 입양하는 직원에게는 입양기관 및 법적 비용 지원 차원에서 자녀 한 명당 5000달러를 지급한다. 월마트 측은 급여 인상으로 연간 3억 달러가 추가 지출될 것이며 성과급으로 4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마트는 미국 정부의 세제 개편에 따른 이익으로 직원복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기업 경쟁력 향상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 개편으로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인하되면서 월마트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월마트가 거두는 수익은 지난해 5000억 달러에 달해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제조 및 연구 개발로 인한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 소매업 특성상 다른 세제 혜택을 받기도 힘들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세제 개편은 우리가 고객을 위해 투자하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세제 개편으로 얻은 추가 이익을 고객을 위한 가격 인하, 임금 인상, 직원 교육 및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맥밀런 CEO는 “모든 것이 주주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마트는 온라인 유통강자 아마존의 위협에도 지난해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소규모 매장을 폐쇄하면서 위기 극복은 물론이고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월마트 주가는 40%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마트는 임금 인상과 투자를 통해 아마존과의 경쟁에 대비한 역량을 강화한다.
앞서 AT&T와 보잉, 웰스파고도 법인세 인하에 따른 감세 혜택을 직원과 나누고자 상여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개편안에 서명한 날 AT&T와 컴캐스트는 미국 내 거의 모든 직원에게 1000달러의 상여금을 주겠다고 했으며, 웰스파고는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세제개편안 합의 이후 샌디 케네디 미국 소매업지도자협회 회장은 “소매기업은 전통적으로 높은 세금을 냈었다”면서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세제개편은 매장 개선과 근로자에 대한 투자, 소비자를 위한 변화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 고용 경쟁이 심화한 점도 임금 인상을 부추겼다. WSJ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2%는 ‘현재 미국 경제가 완전 고용에 도달했다’, 48%는 ‘아직은 아니지만 완전고용에 다가가고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실업률은 4.1%로 17년 만의 최저치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재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임금 인상이 필수적이다. 미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 이후 7.25달러에 머물러 있으나 소매업자를 비롯한 고용주들은 임금을 올리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이 어려워지면서 소매업자들은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문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