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ㆍ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 개발 과제 대다수 유럽ㆍ미국 진출 가시화..시장 선점효과 만료 임박ㆍ올해 매출성장 성패 좌우 전망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중요한 분기점에 선다. 사업에 뛰어들면서 계획했던 제품의 개발이 대부분 마무리돼 매출 성적표로 사업 성공을 검증받는 시기가 도래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후발주자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어 양사 모두 퍼스트바이오시밀러의 선점 효과 소멸이 임박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동일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맞대결도 예고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각각 3개, 5개의 바이오시밀러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 시장에서 각각 1~2개의 바이오시밀러 판매가 유력하다.
◇셀트리온, 램시마 미국 판매 본격화..트룩시마ㆍ허쥬마, 유럽 공략
셀트리온은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시작으로 ‘트룩시마’(‘맙테라’ 바이오시밀러),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 등 3종의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타이틀을 달고 국내 발매된 램시마는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유럽 시장에서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지난해 2분기 유럽 국가에서 점유율을 46%까지 끌어올리며 지속적인 성장세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판매 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매출 중 램시마가 4167억원을 올렸다. 램시마는 국내 제약산업 역사상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은 수출실적을 기록 중이다. 램시마의 선전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은 2016년 7335억원으로 치솟았고 지난해 3분기 누계 495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금까지는 램시마가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해외 시장 실적이 홀로 이끌었지만 올해는 제품 수와 판매처 증가로 해외매출 상승 요인이 많다.
올해는 램시마의 미국 매출과 트룩시마의 유럽 매출이 본격적으로 가세할 전망이다. 램시마(미국 제품명 인플렉트라)는 미국에서 2016년 말 판매를 시작했다. 램시마의 미국 판매업체 화이자의 실적을 보면 램시마는 지난해 3분기 누계 7400만달러(약 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연 매출 1000억원 고지를 예약했다. 셀트리온 측은 램시마가 올해 미국에서 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트룩시마는 지난해 5월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발매된 이후 3개월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을 포함한 ‘리툭시맙’ 성분 시장에서 판매량의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순항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에서 트룩시마는 857억원을 기록했다.
램시마와 마찬가지로 트룩시마가 유럽 발매 2년차인 올해부터 뚜렷한 매출 상승세를 나타낼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의 유럽 출시도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허쥬마의 모든 적응증에 대해 허가승인 권고 의견을 내렸다.
셀트리온 측은 “일반적으로 EMA의 판매 허가 승인이 CHMP ‘허가승인 권고’ 후 2~3개월 내 이뤄지는 것을 감안할 때 허쥬마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유럽에서 상업판매를 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쥬마가 EMA의 허가를 받게 되면 셀트리온은 개발을 완료한 바이오시밀러 3종이 동시에 유럽 시장을 공략하는 셈이 된다. 이때 램시마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분산되면서 셀트리온도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구축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삼성에피스, 베네팔리 유럽 점유율 확대 관건..플릭사비ㆍ온트루잔트, 유럽 침투 본격화
지난 2012년 설립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올해부터 매출 사냥을 본격화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5개(엔브렐, 레미케이드, 허셉틴, 휴미라, 란투스)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성공했다. 이 중 란투스의 바이오시밀러 SB9(유럽 제품명 ‘루수두나’)는 자체개발이 아닌 MSD에 개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이어서 기대 수익이 크지 않고,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는 특허 문제로 빨라야 올해 말께 판매가 가능하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3종의 바이오시밀러가 올해 매출 성적표를 좌우하게 된다.
이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첫 바이오시밀러 ‘브렌시스’(유럽 제품명 베네팔리)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했다.
베네팔리는 지난해 2월부터 바이오젠이 유럽에서 판매 중인데 3분기까지 2억5320만달러(약 2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베네팔리의 매출이 점차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베네팔리는 지난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6530만달러(약 700억원), 8870만달러(약 9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3분기에만 9920만달러(약 1060억원)어치 팔렸다. 다만 지난해 유럽 시장에 데뷔한 ‘렌플렉시스’(유럽 제품명 ‘플릭사비’)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470만달러(약 50억원)로 아직 영향력이 크지 않은 수준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선 올해 베네팔리와 플릭사비의 유럽 시장 매출 확대가 기대감을 높인다.
베네팔리가 본격적인 발매 2년차에 접어들면서 1년차에 비해 사용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의 확장성도 초미의 관심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가장 큰 기대를 거는 분야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삼페넷’(유럽 제품명 ‘온트루잔트’)의 유럽 시장 성적표다. 지난해 11월 유럽 판매승인을 받은 온트루잔트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먼저 상업화에 성공한 도달한 퍼스트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가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선점 효과로 발매 즉시 의미있는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고려하면 온트루잔트의 시장 선점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구상이다.
◇후발주자 맹추격..셀트리온·삼성, 시장 선점 효과 소멸 임박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입장에서 올해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의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아직 해외시장 공략 초반이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낸 제품으로는 셀트리온의 ‘램시마’에 이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 정도가 꼽힌다. 램시마와 베네팔리 모두 동일 성분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먼저 시장에 진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합성의약품의 제네릭과 마찬가지로 바이오시밀러 역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입증받고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시장 선점 시기가 가장 중요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품질 차이가 없다고 입증받은 제품이어서 얼마나 시장에 빨리 진입하고 저렴하게 판매하느냐가 시장 성패를 크게 좌우한다”라고 설명했다.
램시마와 베네팔리는 퍼스트 바이오시밀러의 이점을 살려 초반 영향력을 확대했지만 이미 후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진입해 경쟁 가열은 불가피해졌다.
미국내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2016년 말 셀트리온의 ‘인플렉트라’가 레미케이드 정가의 15% 할인된 가격으로 시장에 출시됐지만, 후발주자인 삼성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는 지난해 7월 오리지널보다 35% 낮은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내세웠다.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동일 시장에 출격하면 한정된 시장에서의 점유율 경쟁으로 점유율 하락과 가격경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의 경우 트룩시마가 지난해 2월 유럽 승인을 받으며 퍼스트 바이오시밀러 지위를 획득했지만 4개월만인 6월 산도스가 동일 성분의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으며 시장 선점 시기가 종료된 상태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11월 온트루잔트의 유럽 판매허가를 받으며 퍼스트 바이오시밀러 지위를 따냈는데 셀트리온이 지난해 12월 유럽의약품청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허쥬마의 허가승인 권고 의견을 받으며 판매허가를 예약한 터라 온트루잔트의 독점 기간은 길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상당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생존을 위한 진검승부가 불가피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셀트리온은 램시마가 장악하고 있는 유럽 레미케이드 시장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도전에 직면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허셉틴 시장에서 빠른 시일내 온트루잔트가 시장에 안착하지 않으면 셀트리온의 허쥬마의 강력한 견제를 받게 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실적으로 향후 퍼스트바이오시밀러를 내놓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기존에 개발한 바이오시밀러의 성패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지난해 8월 유럽 승인을 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임랄디’의 경우 암젠이 먼저 허가받은데다 특허만료 이후 경쟁 업체들과 동시에 출격할 가능성이 커 독점적으로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임상3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이미 지난해 말 암젠·엘러간이 허가를 신청했다.
양사 모두 개발 완료 제품 이외에 추가로 상업화가 임박한 바이오시밀러 제품은 눈에 띄지 않는다.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기존의 정맥주사보다 환자의 편의를 높인 피하주사 제형(SC) ‘램시마SC' 개발을 위한 임상3상시험을 진행 중이지만 2019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는 현재 임상1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휴미라, 엔브렐 등의 바이오시밀러 제품도 파이프라인에 이름이 올려져있지만 아직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모두 개발과제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유럽과 미국 시장에 순조롭게 진출한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다”면서도 “신속하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추후 후발 경쟁제품들의 등장으로 시장여건은 점차적으로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