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국장 “작년에 조사 시도한 IT 기기 절반은 실패”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이 애플을 포함한 IT 기업이 용의자의 기기를 조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9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날 레이 국장은 뉴욕 포드햄대학의 사이버 안전 국제포럼에 참석해 IT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목하에 기기를 암호화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작년 한 해 동안 7775건의 범죄에서 IT 기기를 들여다보는 일에 실패했다”며 “이는 FBI가 조사를 시도한 기기 중 절반에 달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레이 국장은 “공공기관, 민간 부문 모두 용의자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BI와 IT 업체는 용의자의 데이터 확보를 두고 기 싸움을 벌여왔다. 작년 미국 텍사스 남부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에서 FBI는 총격 범의 아이폰을 들여다보고자 애플을 대상으로 영장을 발부했다.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잠금 해제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2016년에도 FBI와 애플은 아이폰 잠금 해제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FBI는 애플에 백도어(해킹 툴)를 요구했으나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어긋난다며 거부했다. 당시 FBI는 잠겨있는 아이폰을 자체적으로 풀어내 문제를 일단락지었다.
이날 레이 국장은 “우리는 안전하지 않은 수단으로 여겨지는 백도어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범죄를 파악할 수 있는 증거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큰 기기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IT 업체들이 자율주행차를 개발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켰다면 수사 당국의 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보안이 결함이 없는 기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FBI의 제임스 코미 전 국장도 2016년 레이 국장이 발언한 곳과 같은 곳에서 IT 업체들의 수사 협조를 촉구했다. 코미 전 국장은 “2015년 10월부터 2016년 3월까지 IT 기기를 들여다봐야 하는 범죄가 4000건이었는데 그중 500건과 관련한 기기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