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장품 시장 커져도 토종 기업만 득세

입력 2018-01-0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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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업체들은 사드 보복으로 피해…중국 정부 규제·자국 기업 밀어주기로 토종 업체는 승승장구

중국에서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나 외국 업체들은 좀처럼 기세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국의 화장품 시장 규모는 530억 달러로 추산된다고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2020년에 62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 크게 기대는 한국 화장품 업체들은 지난해 중국과 사드(THAAㆍ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직접적인 손해를 입었다. 2012~2016년 동안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한 규모는 연평균 66%씩 증가했다. 그러나 작년 1~9월 동안 이 규모는 2016년 동기 대비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액수로는 13억 달러어치인데 이는 전체 화장품 수출 규모인 36억 달러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이다. 한국에 상장한 화장품 기업 21개 업체는 작년 1~9월 동안 전체 매출이 2016년 대비 5.3% 감소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과 클리오는 이 기간 각각 영업이익이 30%, 70% 감소했다.

사드 영향에 더해 중국 토종 업체의 성장도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받은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화장품산업협회의 손성민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은 디자인과 품질 측면에서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프리미엄 제품군을 파고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내 브랜드들은 중국 정부의 자국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이지영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산업에는 첨단 기술이 필요 없어서 브랜드와 마케팅 전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브랜드들이 강력하기 때문에 사드 긴장이 완화돼도 한국 화장품 기업들이 쉽게 매출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의 카라 송 애널리스트는 “중국 화장품 기업은 급성장 중”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아시아 시장만 공략하면 장기적으로 성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업체들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부 한국 기업들은 중국 시장을 향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며 중동과 유럽으로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대표적인 예다. 작년 9월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프랑스에서 론칭했으며 미국에서 이니스프리 제품을 선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의 티에리 마만 유럽 사업 본부장은 “유럽 지역에서 연간 매출이 현재는 5000만 유로 미만이지만 올해에는 이보다 20%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도 외국 화장품 업체에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중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동물 실험을 우선으로 이행해야 한다. 2014년 자국 내에서 제조된 화장품은 동물실험 필수를 예외로 했으나 자국 밖에서 제조된 화장품은 여전히 동물 실험 규정이 남아있다. 또한, 소위 ‘특수 용품’으로 분류되는 선크림, 미백크림, 제모 제품 등 제품은 동물 실험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꺼린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2016년 유럽연합(EU)은 중국 등 제3국에서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을 EU 국가 내에서 유통·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중국 내에서 외국 업체들의 위상은 몇 년 동안 하락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내 점유율 1~4위까지를 점유하고 있는 프록터앤갬블러(P&G), 로레얄, 시세이도, 유니레버는 2016년에 2012년보다 모두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토종업체는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상하이치크맥스, 상하이페차오린, 쟈란 등은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여 에스티로더, 암웨이와 순위 역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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