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들만의 3만 달러, 그들만의 주식시장

입력 2018-01-0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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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부 기자

올해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이 큰 경사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가 집계한 지난해 말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00달러다. 올해에는 이 수치가 3만2000달러로 늘어난다고 한다. 2만 달러 달성 이후 12년 만의 낭보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호재다. 통상 연구자들은 국민소득이 1% 오를 때 주가가 1.38%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보다 먼저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았던 선진국의 앞선 사례를 보면 대개 이 시기 주가지수가 크게 뛰었다.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주가지수 3000포인트. 한국 경제의 염원이었던 두 개의 숫자다. 하지만 감흥보다는 씁쓸함이 앞선다는 반응이 많다. 4인 가구로 환산할 때 우리 돈 약 1억3700만 원에 달하는 가구소득은 남의 얘기처럼 느껴진다. GNI에는 가계가 번 돈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가 번 돈도 포함되는데, 우리의 경우에는 수출기업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통계상 수치의 왜곡이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주가지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강세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황에 기댄 측면이 컸다. 올해 역시 글로벌 경기회복에 기댄 수출기업의 실적이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환경에서 코스피 3000포인트 시대가 온다고 해도 다수의 일반 국민이 가진 자산가치가 골고루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국민소득 3만 달러도, 주가지수 3000 전망도 그 숫자 안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사실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주가지수 3000포인트를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경제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하는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를 접하는 보통의 국민들에게는 ‘그들만의 경사’일 뿐이다. 나라에 좋은 일도 나에게 좋아야 함께 기뻐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는 국가적인 경사는 의미가 없다. 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 이후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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