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이 '노동 신문' 읽는 이유는?

입력 2018-01-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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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위대한 당의 영도 밑에 주체 조선의 존엄과 국력을 만방에 힘있게 과시한 대승리의 해 2017년"

(2017년 12월 31일 자 노동신문)

대법원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소속 판사 책상 위에는 '노동신문'이 놓여있다. 노동신문은 북한의 대외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조선노동당 기관지다. 그밖에 '김일성 대학 학보', '민족주간' 등도 있다. 일반인은 국립중앙도서관 등 일부 정해진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료들이다.

판사가 북한 신문을 구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법정책실은 사법 제도 개혁은 물론 법원의 중장기적인 인사정책과 연구를 담당하는 곳이다. 쉽게 말하면 법원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판사들은 남북관계 현황을 파악하고 통일에 대비한 사법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 자료들을 활용하고 있다.

사법정책실의 모든 판사가 이 신문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법정책실 소속 심의관(판사) 4명 가운데 허가를 받은 한 명만 자료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국가정보원이 북한 신문을 '특수자료'로 보고, '특수자료 취급 지침'에 따라 이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북한 또는 반국가단체에서 제작하거나 발행한 정치적·이념적 자료 △북한 및 반국가단체와 그 구성원의 활동을 찬양·선전하는 내용 △공산주의 이념이나 체제를 찬양·선전하는 내용 △대한민국 정통성 등을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간행물, 영상물 등을 특수자료로 본다. 3000명 가까운 판사 가운데 특수자료를 볼 수 있는 판사는 5명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법원행정처는 북한 관련 자료를 다루는 사설 업체와 1년마다 계약을 맺는다. 이 업체는 북한에서 중국을 통해 자료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자료를 관리하도록 허가받은 판사는 한 달에 2~3번 약 20일 치 노동신문 등을 받는다. 이후 자료를 연구한 뒤 이를 모두 사법정책연구원으로 보낸다.

자료 보관은 애초 사법정책실에서 해왔으나 2015년 6월부터 사법정책연구원이 맡고 있다. 2014년 2월 대법원 산하에 설립된 사법정책연구원은 사법제도를 연구하는 기관이다. 국정원에서 특수자료를 보관하는 '특수자료 취급 기관'으로 인가받았다.

사법정책실과 사법정책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통일 이후 사법제도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다. 당장 성과가 드러나는 연구는 아니지만 혹시 닥쳐올 미래를 위해서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지난달 5일 '통일과 우리 사법의 미래'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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