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인상률로 인건비 부담
올해 주유소 30% ‘셀프’ 전환
영업 못하는 업소도 늘어나며
취업 취약계층·소비자 피해로
정치 논리로 접근한 제도 비판
"올해 직접 주유하고 직접 결제하는 셀프 주유소로 전환되는 주유소가 전체 1만3000곳 중 약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줄여야 하는 탓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요. 결국 피해는 청년 아르바이트생이나 고령 근로자 등 취업 취약계층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소상공인연합회 부회장)은 5일 이투데이와 만나 "고용불안은 커지고 근로자의 삶의 질은 떨어지는‘최저임금의 역설’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새해 시작과 함께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16.4% 인상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인건비 부담이 커진 중소기업들은 신규채용을 보류하고 주유소를 비롯해 편의점·PC방·영세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기존 인력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명분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었지만 정작 정책이 시행되자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영세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주유소 업계에서는 지난해 7월 최저임금 인상폭이 결정된 이후부터 셀프주유소 전환을 심각히 고려해왔고, 올해까지 3000개 이상의 주유소가 셀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셀프 전환에 드는 1억 원 정도의 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는 업주들은 무급 가족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손님이 적은 취약시간대에는 영업하지 않은 주유소가 늘어나 불편은 결국 소비자 몫이 된다. 최저임금 인상의 ‘역풍’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이기도 한 김 회장은 “최저임금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영세 사업주가 고용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는 취약계층 근로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우리 경제규모나 소상공인·영세사업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인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의 연착륙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일자리안정자금’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 가운데서도 4대 보험이 가입된 월급 190만원의 근로자를 고용해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는 곳은 실제로 많지 않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주유소만 하더라도 직원 월급이 200만원을 넘어가는 데다 고용 인원의 30%는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 특근수당, 외국인 근로자의 숙식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업종에 따라 노동 강도가 다르고 지역별로 생계비 기준이 천차만별인 만큼 똑같은 임금을 지급하는 현재의 최저임금 구조도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