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3000-1000시대] 센터장 6인 진단…코스피 ‘3000’ 열릴까②

입력 2018-01-0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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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은 ‘사상 최고’라는 수식어로 증권시장을 화려하게 장식한 한 해였다. 올해 역시 쾌조의 상승 행진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코스피지수가 2800~2900선까지 무난하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하지만, 우상향의 대세적 흐름 속에서 2018년이 ‘코스피 3000시대’를 개막하는 첫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본지는 국내 대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과의 지상 좌담회를 통해 무술년 한국 증시를 전망해 본다. 6명의 센터장은 2018년 코스피, 코스닥지수 전망과 주목해야 할 업종, 그리고 한 해를 관통할 증시 키워드를 상세히 제시했다. 투자자라면 놓치지 말고 주목하자.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글로벌 경기 확장 지속…내년에도 좋다”

국내 증시 흐름에는 결국 글로벌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기전망은 올해 3.7%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성장률도 3.0%로 양호할 전망이고 미국은 지난해 말 기준 2% 초반이 제시됐지만, 세법개정안 통과 이후 2.5% 이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의 확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5%에 달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기업 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였다.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다면 올해도 국내 증시의 흐름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물론 지난해 너무 올랐으니 상승률 자체는 둔화될 수 있겠지만,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

많이 올랐다는 인식에 조정받기도 했었지만, 코스피 상승률은 이익 증가에 기반하고 있어 걱정이 크지 않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국내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제기될 수준은 아니다. 올해 코스피의 기업 이익 증가율은 10%에서 20%까지로 예상한다. 코스피지수에 적용해 보면 2700~2900포인트 정도다. 평균적으로 중간 정도인 2800포인트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리스크 요인을 꼽자면 금리인상 속도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크게 오를 수 있었던 데는 금리인상 속도를 점진적으로 결정한 글로벌 통화정책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올해 경제가 너무 과열된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금리도 보다 빠르게 오를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 환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다. 신흥국에서는 자금이탈 요인이 될 수 있다.

금리인상 국면에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유망하다. 금리인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은행이나 보험주가 유리한 상황이 된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관련 이슈 가운데 LG화학이나 삼성SDI이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목한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배터리 소재·장비주가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얼마나 혜택을 입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올해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정부의 벤처·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꼽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 개선 노력이 있지만, 앞으로 북한의 도발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지는 여전히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모험자본 확대 방안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나오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코스닥시장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상승률 자체는 코스닥이 더 높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코스닥시장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실적 개선 예상 기업의 다수가 코스닥에 포진해 있다. 반도체 장비·소재와 OLED 등 IT 낙수 효과가 기대되는 기업과 함께 여행, 레저, 엔터 등 중국 소비 관련 분야도 지난해보다 올해가 좋을 것으로 판단한다.

◇신동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3000시대 충분…소프트웨어ㆍ자동차주 주목”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재평가됐다. 글로벌 환경 호조에 따라 국내 증시도 동반 상승하고, 큰 폭의 이익 개선으로 주가도 비교적 크게 상승했다. 하지만, 북핵 이슈 등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기업 실적 개선을 주식시장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밸류에이션은 오히려 후퇴했다.

올해 코스피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대비 8.6%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컨센서스 역시 10% 내외의 이익 증가세가 실현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이익 증가만 반영한다면 적정 코스피지수는 2800포인트 내외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할인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5년 내 최고 주가수익비율(P/E)인 11.5배 수준을 적용하면 3000포인트 도달이 가능할 수도 있다. 당사 역시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의 등급으로 재산정(rerating)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한국 증시를 좌우할 주요 변수들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자산 가격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는 신중하고 완화적인 긴축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플레이션이 회복되거나, 주식 등 자산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Fed의 정책 변화를 자극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북핵 위기의 완화 여부가 중요하다. 지정학적 위험으로 인해 국내 증시는 적정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이어 상장기업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는 등 대내외적으로 긍정적 환경이 지속됐지만,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가 해소된다면 지난해 증시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밸류에이션 할인 이슈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급부상이 기대되는 업종은 소프트웨어, 자동차, 소비ㆍ유통이다. IT 투자가 본격화한 가운데, 클라우딩 컴퓨팅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전반적인 소프트웨어 산업 성장이 기대된다. 자동차부문은 해외시장의 실적 악화가 최악의 시기를 지나는 중인 만큼, 올해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신차 출시 일정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실적에 우호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ㆍ주식시장의 호황은 소비ㆍ유통부문에서의 자산 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간 악재로 작용했던 중국의 사드 보복 역시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올해 증시 키워드로 ‘가치 회복’을 제시한다. 지난해 대형주 위주의 지수 상승이 진행되면서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 특히,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집중되면서 저평가 종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들 가치주들이 부진한 실적을 회복하고, 충분한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코스피 최고치 경신할 것”

2018년 코스피시장은 최고치 경신이 가능할 것이다. 다만, 지난해와 같은 높은 코스피 수익률(20%)보다는 낮은 수준을 예상하면서 2930선 정도로 예측해볼 수 있겠다.

작년에는 미국 달러화가 연간 8%가량 하락하면서 위험자산 전반의 랠리와 이머징 중심의 강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러나 올해는 생각보다 달러화의 약세가 심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들의 한국 시장 자금 유입의 규모가 올해보다 크지 않을 수 있는 요인이다. 달러화는 결국 미국의 성장률이기에 최근 나타난 미국의 수요 회복은 지난해와 같은 달러화 쇼트 포지션이 유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올해는 세제개편안, 금융규제 완화 등 달러 자산 수요가 높아질 수 있는 시기다. 다만,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역성장이 아닌 데다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 10% 수준의 상승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 일각에서는 코스피 3000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MSCI에 포함된 46개 국가의 연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과거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다음 해 주가 수익률이 이전 해를 넘어선 확률은 18%에 그친다. 2000포인트 초반의 코스피가 2500포인트까지 올라왔지만, 여기서 20% 이상 상승해 내년에는 3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EPS(주당순이익)의 둔화 가능성, 지난해 높은 실적 성장률로 반영하지 못했던 밸류에이션이 시차를 두고 반영할 가능성, ROE(자기자본이익률)의 반등과 PBR(주가순자산비율)의 개선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2930포인트 정도가 적정 수준이다.

추가적 주가의 상승 여력은 국내의 정책 변화 방향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성장 모두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질적인 임금 상승과 고용 확대를 통한 내수 소비 확대 여부와 혁신성장에서 4차 산업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인 정책 지원이 나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올해는 IT업종이 다시 한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2011~2015년 글로벌 경기가 선진국 중심이었다면, 2016년 하반기부터는 이머징 국가의 경기회복 역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호황국면에서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하고, 밸류에이션이 상승하며, 주가가 강세를 보인다. 이는 가치주의 강세 국면을 의미한다. IT기업은 성장성은 둔화되지만, 여전히 밸류에이션은 낮다. 한국의 IT업종은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 또 2분기 이후 원화 강세와 소비 회복에 따른 내수 관련주도 유망하다.

다만 올해 우리 증시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지속적으로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작용한다. 지나친 대출규제 정책은 결국 긴축정책과 연결되기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 금융시장 불안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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