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했다. 하지만 현명한 투자자라면 과거를 되돌아보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는 순탄했을지 몰라도 내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3대 리스크를 최근 꼽아봤다.
◇금융 긴축=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3회 금리를 인상했지만 차입이 이전보다 쉬워져 실제로는 장기 비용이 떨어졌다. 장기채권의 수익률은 상승한 것이 아니라 하락해 세계 금융상황은 달러 약세에 의해 한층 완화됐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미국 금융환경지수(NFCI)는 1994년 1월 이후 가장 완화적인 수준이다. 그해에는 연준의 깜짝 긴축으로 채권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힘의 균형이 빌려 주는 쪽에서 빌리는 쪽으로 옮겨갈 조짐은 얼마든지 있다. 많은 기업들이 회사채의 계약 조항을 줄이고, 현기증이 날 정도 배율의 레버리지 론이 제공되며, 신흥 프라이빗 론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부채가 확대될수록 금융 긴축이 도래했을 때의 고통은 크다.
국제 시장에서 달러가 상승하면 지나치게 확대한 신흥시장의 대출이 타격을 입는다. 이러한 대출의 중심은 이전에는 국가였지만, 2008년 위기 이후 레버리지를 확대해온 것은 신흥국 기업이다. 달러와 유로를 빌린 기업은 현명하다면, 채무 수준을 외화 수입 금액에 합쳤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달러 상승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신흥국 기업의 대출은 10조 달러를 넘었지만 이런 대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중국=세계 증시가 10% 이상 하락한 것은 최근에는 2015년 여름과 2016년 초다. 모두 중국에 대한 우려에서 촉발됐다. 위험은 여전히 진행 중임에도 시장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중국 리스크는 몇 년에 걸쳐 논의되고 있다. 중국은 너무나도 많은 부채를 안고 있고, 이 부채를 존속할 수 없는 프로젝트의 자금에 충당하고 있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위안화 평가 절하(2015년에는 세계 동시 주가 하락의 원인), 부실 채권 정리, 부채 증가를 상회하는 속도로 경제 확대를 위한 성장 모델을 변화시키는 것이 있다. 이들 조치에는 고통이 수반되는데다 성장 모델 변경은 다른 급성장 국가가 시도했을 때 리세션을 초래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중국 관료는 10월 공산당 대회 이전의 실패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지도 사상이 당 규약에 담겼다. 시 주석의 사상은 성장 속도가 아니라 질을 중시하는 것이다. 늦더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은 채무 주도의 호경기와 그 후의 균열보다 낫다. 다만 오래된 산업을 무너트리지 않고 경제를 바꾸기는 어렵다. 더 나쁜 것은 자금 공급 확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올해 확대 둔화 영향은 2018년에 비로소 체감하게 될 수도 있다.
중국 투자자는 시 주석이 저축 중심의 경제에서 소비 경제로의 이행을 성공시키는 것에 큰 기대를 걸었다. 올해 가장 호조였던 상장주는 소비재 부문에 집중됐다. CSI300지수의 생활필수품 부문은 83%, 일반 소비재 부문은 27% 상승했다.
2015년 시점에 투자자들은 중국 공산당 독재 체제가 경제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실패는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그 때문에 소폭의 통화 가치 절하가 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의 투자신탁매니저 조사에서는 2018년 최대 투자 리스크는 중국의 채무위기라는 응답이 14%에 달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공산당의 관료조직이 소비에 근거한 자본가들에게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다.
◇주식과 채권 관계=투자자가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주가 하락 시 손실을 헤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이 전략은 주효했다. 왜냐하면 채권 가격은 단기적으로는 주식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올해도 이 전략이 잘 먹힌 해였다. 주가 호조 속에서도 채권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위험한 것은 채권과 주식의 관계가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의 상태로 돌아가 채권 수익률이 상승해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원인은 인플레이션이 부활하면서도 성장이 여전히 부진한 상황 탓이다.
세계가 낮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의 골디락스(적정 온도)에 있는 시기에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투자자가 뭔가에 대해 큰 우려를 품기 어렵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런 때일수록 자신의 불안에 대처해야 한다고 WSJ는 조언한다. 호재 대부분은 이미 자산 가격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경제와 기업 실적이 그럭저럭한 수준이어도 투자자들은 실망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