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30일 “외부감사법(이하 외감법)이 개정됐지만 악마는 디테일 속에 숨어 있다”고 강조했다. 외감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기업 감사를 강화하는 법 개정 취지가 훼손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이날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한국공인회계사회 송년 세미나에서 “외감법 개정안이 제대로 정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 개정 취지 훼손 우려 중 하나로 “일반감리는 금융당국이 기업의 감사인을 정하는 지정 감사제 대상에서 제외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의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는 감리는 심사감리와 정밀감리로 나뉜다. 이 중 심사감리는 기업의 공시와 자료를 토대로 회계를 점검하는 통상적인 수준의 감리를 뜻한다. 외감법 개정안은 최근 6년간 감리를 받은 기업 중 지적 사항이 없는 곳은 지정 감사제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그러나 감리의 명확한 규정이 없어 자칫 심사감리까지 제외 대상에 포함되면 지정 감사제 예외 대상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회계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감리에서 지적 사항이 없으면 뺀다고 하는데, 정밀감리 이외의 개념이 들어가게 되면 외감법 개정안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감사인 복수 지정 방식과 재지정 요청 방안도 ‘디테일 속의 악마’로 꼽았다. 회사가 처음 상장할 때는 금융당국이 정한 복수의 회계법인 중 한 곳을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회계법인 중 한 곳을 반드시 지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재지정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최 회장은 “이런 안이 그대로 유지되면 기업이 감사를 깐깐하게 하는 곳은 피하기 위해 재지정 요청을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기업의 감사를 강화하는 법 개정 취지가 훼손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20년 외감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초기에 지정 감사를 대폭 시행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현재 2000여 개 상장사 중 1400여 개 기업이 감사인 지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연 500여 개 기업을 순차적으로 지정 감사 대상으로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시행 초기에 지정 감사제가 대폭 시행되는 ‘헤비 프론트 로딩’ 방식이 아니면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