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석유업체들 반발에 감산 연장 삐걱...30일 회의 결과에 주목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30일(현지시간) 감산 연장 여부를 논의하고자 머리를 맞댄다. 러시아가 OPEC 카르텔에 균열을 낼 수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29일 CNBC가 보도했다.
비OPEC 산유국인 러시아와 OPEC은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 회의를 연다. 이번 회의에서는 내년 3월로 다가온 감산 시한을 내년 말까지 9개월 재연장을 추진할지를 두고 논의한다. OPEC 산유국들은 내년 3월까지 일일 180만 배럴 감산하기로 했다. OPEC의 맹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주도적으로 내년 말까지 시한을 늘리고자 한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 장관과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에너지 장관은 29일 만나 감산에 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그러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PBC의 헬리마 크로프 애널리스트는 “지난 5월 노박 장관과 팔리 장관은 같이 걸어나갔는데 이번에는 따로 걸어나갔다”며 “그들이 보인 행동에는 많은 뜻이 함의되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팔리 장관이 매우 높은 수위의 압박을 가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러시아가 OPEC 카르텔을 깰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미국의 셰일 오일이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미국 셰일 오일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찍자 러시아의 석유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잃을까 초조해하고 있다. 로스네프트, 가즈프롬네프트 같은 러시아 석유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년 3월에서 기한을 9개월 더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음에도 전문가들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크로프 애널리스트는 “OPEC 회담은 러시아가 이끄는 사이코 드라마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완전히 장악했다”며 “회담에 참여한 모든 나라가 러시아를 이대로 두어도 될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코헨 애널리스트는 “결국, 6개월 연장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약세장을 전망하기는 했지만, 지난주 시장에서 약세장이 두드러져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애초 러시아가 비OPEC 회원국임에도 OPEC 카르텔에 합류한 건 유가 하락으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국제 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그런데 산유국들의 감산 이후 유가가 50달러대로 안착하자 러시아가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채산성이 맞아 현재 50달러대를 유지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OPEC과 엇박자 신호를 보이는 것이다.
사우디는 50달러대에 만족하지 못한다. 사우디는 60달러는 돼야 안정적인 가격대라고 여기고 있다. 이는 사우디가 작년에 내놓은 탈 석유화 정책 ‘비전2030’ 추진과도 관련이 있다. 32세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작년에 사우디의 장기 경제 성장 비전으로 탈 석유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에 의존해온 국가 경제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최근 살만 왕세자는 최근 반부패를 이유로 왕실 인사들과 왕자들을 숙청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처럼 사우디 내에서 왕세자가 권력을 공고히 하는 시기에 OPEC 회의가 열려 더욱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CNBC는 풀이했다. 코헨 애널리스트는 “이 시기에 모든 장관들은 자신들의 대통령, 총리, 국왕 등을 기쁘게 할 소식을 전달하고 싶어할 것”이라며 “이는 노박 장관과 팔리 장관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회담 막바지에 산유국들은 시장이 내년까지 기대감을 품게 할 만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