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0년 이상 채무자에 재기 발판 마련” 지원대책 발표
3년 유예… 회수 가능한 재산 없고 중위소득 60% 이하 대상
내년부터 1000만 원 이하 금액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장기소액연체자 159만 명의 빚이 전액 탕감되거나 최대 90%까지 면제된다. 법적으로는 연체한 지 5년이 지나면 갚을 의무가 없지만 금융사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효를 연장해 최대 25년까지 빚갚는 기간이 늘어나기도 한다. 이에 10년 이상 채무 부담에 짓눌린 장기연체자들이 정부의 채무 탕감 정책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29일 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장기소액연체채권 3조 6000억 원(83만 명), 대부업체·민간금융사·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채권 2조 6000억 원(76만2000명) 등 총 6조 2000억 원(159만2000명)의 빚을 탕감해 주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빚 탕감 혜택을 받는 장기소액연체자 대상은 △국민행복기금 내 연체중인 자(미약정자) △국민행복기금 내 빚을 갚고 있는 자(약정자) △대부업체·민간금융사·금융공공기관 내 연체중인 자 등으로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국민행복기금 내 빚을 갚지 않고 연체중인 미약정자(40만3000명)들의 부채는 1조 9000억 원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을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재산과 소득 조사를 한 뒤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추심을 중단하고 3년 이내에 채무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3년 유예를 두는 것은 국토부, 국세청 협조를 통해 소득조사를 철저히 하겠지만 향후 채무자의 은닉재산이 발견되는 등 상환능력심사의 부정확성과 채무자의 도덕적해이 등을 감안한 조치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 약정을 맺고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채무자(42만7000명)도 탕감 혜택을 받는다. 이들이 진 빚은 1조 7000억 원이다. 당국은 이들로 부터 직접 채무탕감 신청을 접수, 상환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즉시 채무를 100% 탕감해준다. 이 경우 유예기간 없이 즉시 채무가 면제되는 것은 미약정자와는 달리, 확인 가능한 개인정보(카드 사용내역·금융사잔 현황 등)를 토대로 철저한 소득심사가 가능하고 그 결과 갚을 능력이 없다고 입증됐기 때문이다.
국민행복기금이 아닌 대부업체·민간금융사·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연체채권(2조6000억 원)의 채무자인 76만2000명도 채무 면제 대상이다. 이곳에 있는 장기연체채권들은 내년 2월께 신설될 별도의 기구가 매입해서 상환능력이 없을 시 3년 이내에 채무를 면제해준다.
정부는 회수가능한 재산이 없고 연체자가 중위소득의 60% 이하(1인가구 월소득 99만 원)면 상환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명순 금융위 중소서민금융 정책관은 “이들 장기소액연체자 159만 명이 평균 500만 원을 15년 이상 못 갚는 분들이라 대상자들 상당수가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탕감 대상에 해당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