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에너지 효율향상 의무화(EERS) 지금이 적기다

입력 2017-11-2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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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효율 향상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미국 에너지경제효율위원회(ACEEE)는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에너지 절약이 제1의 에너지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2040년까지 35%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안정적 연착륙을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최근 세계은행(WB)이 발표한 세계 111개국의 에너지 효율부문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5위를 기록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에어컨, 냉장고, TV 등 가전제품 구매 시 소비자들이 에너지 효율을 비교해 고효율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 등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저 소비 효율 기준’을 통해 백열등·형광등과 같은 저효율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하고 LED 등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해 나가고 있다. 아울러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고효율 에너지 설비 설치 자금을 융자·지원하는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가정이나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하는 제도만으로는 범국가적 에너지 효율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기·가스·열 등 에너지를 판매하는 공급사에 에너지 효율 개선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사는 소비자의 다양한 에너지 사용 정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스마트하고 비용 효과적인 효율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사는 에너지 판매(소비)를 촉진해야 하는 기업의 속성 때문에 국가적으로 필요한 에너지 효율 개선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에너지 공급사에 연도별 또는 기간별로 에너지 판매량에 비례하는 에너지 절감 목표를 부여하고, 이행 여부에 따라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EERS)의 도입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EERS 제도는 EU,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 에너지 효율 향상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전체 주(州)의 절반 이상인 26개 주가 EERS 제도를 시행 중이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EERS를 도입한 주는 연간 에너지 판매량의 1.2%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절감하고 있으며, 이는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주에 비해 크게 앞선다. EU의 경우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를 포함한 16개국이 2000년대 중반부터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며, 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절감량이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EERS 도입을 통해 에너지 절감 의무 이행을 위한 에너지 공급사의 적극적인 효율 향상 투자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 : Energy Service Company) 등 대행회사를 통한 투자를 늘려 전체적인 에너지 효율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제도 운영에 필수적인 실적 검증(M&V), 효율 향상 컨설팅 등 신사업 모델 창출과 시장 확대에 따른 고효율 기기 제조 중소·중견 기업 육성이라는 효과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의 시대, 스마트한 에너지 신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에너지 효율 투자 활성화에 힘을 실을 때이다. 정부와 기업 간의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에너지 절감 의무 이행 목표를 설정하고, 전기·가스·열 등 에너지원별 특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에너지 공급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적정한 조정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현실에 적합한 ‘한국형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가 조속히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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