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 대출 규제를 강화한데 이어 6조 원 규모의 장기소액 연체 빚을 탕감하기로 한 것은 금리 인상 전 저신용자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안정적 연착륙을 위해 대출 증가폭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 부실채권을 감축하는 처방을 한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올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에 올리지 않는다 해도 내년 초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1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신용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율은 72.7%에 달한다. 금리 인상이 곧 가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밖에 있다.
특히 장기 소액 연체자의 경우는 금리 인상에 대한 피해가 더 크다. 이들 중 상당 수는 소득이 적거나, 생계급여를 받는 기초 생활 수급자다. 금리가 올라 빚 상환 부담이 늘면 이들의 신용 회복은 까마득해 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유지된 저금리 기조가 깨지기 전 정부가 이들에 대한 빚 탕감을 추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경제성장률의 상승 및 유지 역시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적극 나서는 이유다. 올해 3%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내년 성장률 역시 3%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2%, 내년 3.0%다.
정권이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 수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후반에 들어서기 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 적폐청산과 같은 다른 현안은 동력을 상실한다.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 과제일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에 대한 차주의 이자 부담이 늘면 이는 소비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집단대출 등 부동산 대출이다. 이를 고려하면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격이 주춤하거나 하락하면 가계에 대한 충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