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에 자영업대출 급증…1년새 20조 늘어 부실 우려

입력 2017-11-15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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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 정책에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로 분류되는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다. 이들 상당수가 이미 가계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생계형 자영업자도 적지 않아 이달 말 기준금리 인상 시 부실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169조6600억 원으로 지난해 9월 말(151조3750억 원)보다 18조2850억 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12.1%로 1년 새 2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이 5% 안쪽에 묶이고 대기업대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과는 대비된다.

4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425조5970억 원으로 지난해 9월 말(406조6330억 원)보다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8.2 부동산대책 등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효과다. 1년 새 대기업 대출은 6.8% 쪼그라들었다.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9월 말에는 93조6030억 원의 대기업 대출을 집행했지만 올해 9월 말 기준으로는 87조2000억 원으로 대기업 대출이 감소했다.

은행들이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는 것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적극 늘릴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대기업 대출은 부실이 나면 손실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이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가계대출로 잡히지 않는 자영업자 대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가계대출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소매업·음식업 등 영세한 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달 24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집계해 놓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160만2000명으로 이 중 81%(129만 명)가 가계대출도 받은 상태다. 사업자대출만 받는 경우는 19%에 불과했다.

현재 생계형 자영업자(대출액 3억 원 이하·연소득 3000만 원 이하)는 48만4000명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 차주(160만2000명)의 30.2%를 차지한다. 이들은 음식업(24.1%), 소매업(22.7%) 등 영세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빌린 금액은 38조6000억 원이다. 당국은 생계형 자영업자들을 상환능력이 낮고 금리상승에 취약한 그룹으로 분류했다.

이들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잠재 연체차주 비율도 다른 자영업자들보다 높은 상황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잠재 연체차주(2개 이상 대출 중 한 계좌라도 연체 발생) 비중은 생계형 자영업자가 3.3%로 투자형 자영업자(0.4%), 기업형 자영업자(1.2%)보다 최대 8배 많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3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장 먼저 이들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대출은 워낙 규모가 크니 부실 시 은행이 감당할 리스크가 워낙 커서, 리스크 헤지(hedge) 차원에서 대출 규모가 작은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다”며 “다만 이들은 영세한 사업자가 많아 금리 인상 시 부실 위험이 있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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