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가 차기 회장 선출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도 후보 검증 절차없이 단 한 차례의 회원사 총회로 선출하는 ‘깜깜이 인사’ 절차가 되풀이 되는 등 인선 과정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15일 이사회를 열어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하영구 회장 뒤를 이을 후임자 후보를 결정했다. 이어 내주 중으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최종 3명의 후보자를 결정하고, 27일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을 내정한다. 다음날 열리는 총회에서 최종 선출할 계획이다. 이날 장소와 회의 내용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차기 은행연합회장 추천권 수는 이사회 참석 권한이 있는 11명 행장에게 주어진다. 이 때문에 은행장들이 추천한 후보가 중복되거나,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경우 쇼트리스트(압축 후보군)가 확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이날 바로 최종후보자를 선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올해도 인선 과정에서의 절차적 투명성과 정당성이 답보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그동안 내·외부 공모절차 없이 하루 만에 단독 후보를 선출해 22개 정회원의 투표를 거쳐 총회에서 결정하는 행태가 반복돼 왔다. 통상 회장추천위원회가 가동되는 다른 금융업계 협회장의 선출 과정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때문에 은행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미명아래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군으로 관료 출신의 홍재형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민간 출신으로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유일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날 이사회를 전후로 시장에서는 4파전 양상을 예측하고 있으나,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연합회 회장은 한때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경제관료)의 전유물이었다. 역대 회장 12명 가운데 8명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도맡았으며, 현 하영구 회장과 이상철 전 국민은행장, 신동혁 전 한미은행장 등 3명만 순수 민간 출신 회장이었다. 시장에서는 실제 은행업을 경험한 민간 출신을 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차기 회장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달하면서, 후보자 추천에 기류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면서도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갖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면서, 후보자 추천에 기류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면서도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갖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