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전환담…野, 개헌ㆍ예산 재원 조달에 우려 표명
문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롯해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 등과의 사전환담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제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지나면 큰 흐름이 일단락될 것”이라고 부연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날 환담은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배석한 청와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주요 내용에 대해 알려줬다.
먼저 최저임금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상당히 큰 폭의 인상인데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지, 또 고용감소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고용을 유지하고 임금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결과를 얻어야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과제해결의 바탕도 될 것이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이미 이뤄진 것이니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현 경제상황과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며 “고용상황만 좋아지면 경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니 오늘 제출된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지혜를 모아 달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잘 살려나가면 2%대 성장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정 의장은 “한·중 관계의 물꼬를 튼 것과 코스피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빈 방문으로 오시고 국회에서도 연설하게 돼 있는데 지혜롭게 대처하고 국가 위기 극복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과 선거법 개정은 미래설계의 기반이므로 매우 중요한데 제대로 진행이 될지 우려가 깊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관심을 두고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예산안에 대해 야당 사이에 교환되는 의견을 보면 공무원 증원·방통위법 등 예산과 법안에서 쟁점들이 많은데, 야당 할 때 제출했던 법안은 수용해 달라”며 “북핵 해결 해법을 어느 정도는 국민이 납득하고 안심할 수 있도록 제시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정책과 예산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현 가능한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과감한 복지 증세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R&D와 SOC분야 예산 축소로 성장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며 “최저임금·공무원 증가·건보확대 등에 대한 지속 가능한 예산확보로 이것을 감당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안보문제에 대해 미국 내에서도 이견들이 많은 것 같다”며 “특히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에 대해서 들쭉날쭉한 의견이 있는데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행동은 안된다는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치들을 강구해달라”고 제안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옛말이 있는데 경제 곳간은 푸짐한데 이에 대한 재원대책이 문제다”며 “정치 곳간을 너무 옥죄지 말고 풍성하게 열어 달라”고 얘기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취임 초 협치를 강조하실 때와는 좀 동떨어진 느낌이다”며 “외교적 측면에서 한·중 관계 발표가 있었는데 군사주권의 미래에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도 있으니, 귀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이 자리에 참석했지만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