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시정연설, 일자리 예산 국회 협조 요청…공공기관ㆍ재벌개혁 의지 나타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에서 30여 분간 내년도 예산안과 새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개혁법안 통과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국회 시정연설은 6월 추가경정예산을 설명하고자 국회 시정연설을 한 후 두 번째다. 이날도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 전광판을 활용해 파워포인트(PPT)를 사용한 프리젠테이션(PT)을 해 눈길을 끌었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휴유증으로 저성장과 실업이 구조화되었고,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이 사라졌다”며 “세월호 광장과 촛불집회는 부정부패와 단호히 결별하고, 불평등과 불공정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도 개선해야 한다”며 공공개혁과 적폐청산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국가기관과 공공부문, 더 나아가 사회전반의 부정과 부패, 불공정이 국민의 삶을 억압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 일에 국회가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국정원이 국내정치와 절연하고 해외와 대북 정보에만 전념하도록 개혁하겠다”며 “검찰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국회의 입법을 촉구했다.
또 문 대통령은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국민의 여망을 반영한 것이다”며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이다”고 약속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구조적인 채용비리 관행을 반드시 혁파하겠다”며 “공공기관의 전반적 채용비리 실태를 철저히 규명하여 부정행위자는 물론 청탁자에게도 엄중한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는 빠르게 우리를 빈곤으로부터 일으켜 세웠지만 정체된 성장과 고단한 국민의 삶이 증명하듯이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며 재벌개혁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또 “성실하게 하루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도록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며 “자신의 꿈과 재능을 펼칠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기지 않도록 잘못된 관행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해 노동개혁과 취업비리에도 일침을 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누구라도 낡은 질서나 관행에 좌절하지 않도록, 국민 누구라도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갖도록 바꿔나가겠다”며 “이것이 제가 말하는 적폐청산이다”고 말했다.
예산안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429조 원으로 올해보다 7.1% 증가한 수준으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며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자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예산 19조2000억 원은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한 예산이다”며 “중소기업 추가채용 제도를 내년에 2만 명으로 늘리고 고용을 늘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국민의 가처분 소득을 늘려주는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혁신성장 예산과 환경·안전·안보분야 예산을 확대했다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되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며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회의 초당적 협조를 기대했다.
한편 국회는 2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들어가 법정 처리시한인 12월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