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채용비리] 터질 게 터졌다… 금융권 인사 청탁 공공연한 비밀

입력 2017-10-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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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없는 은행 등에 정치인ㆍ금감원ㆍVIP 고객까지 인사 청탁 오랜 관행

“지금도 서류 접수단계부터 인사청탁이 쏟아진다”

젊은 층의 취업 1순위로 꼽히는 금융권에는 힘깨나 있는 사람들의 채용청탁이 비일비재하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우리은행 ‘채용청탁 의혹 명단’에서 보듯, 정치인, 금융감독원, 국정원 등 사회 지도층은 물론 VIP 고객까지 자녀나 지인을 취업시켜달라는 인사청탁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런 채용 청탁은 수십 년 누적된 관행이자 적폐라는 데 은행권도 동의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취업 청탁은 전체 은행권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오래된 관행”이라며 “누적되고 쌓인 게 지금와서 터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자녀 취업부터 요직발령ㆍ퇴직임원 자리까지 = 암암리에 벌어져 온 인사청탁 문제가 최근 재점화된 것은 지난 17일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우리은행은 전 금감원 부원장보, 전 은행장, 대학교 부총장, 국정원 직원 등 고위직이나 권력기관 임직원의 인사 청탁으로 이들의 자녀나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 검사실 임원이 금감원 임직원 2명의 채용청탁을 들어줬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누구보다 인사비리를 적발해야 할 검사실 임원이 청탁을 앞장서서 들어준 것이다. 은행권이 구금고 선정에 대한 대가로 채용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나왔다. 심 의원이 공개한 채용 청탁 의혹 명단에는 금고선정과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종로 부구청장도 포함돼 있었다.

우리은행은 2015년 당시 현직 노조위원장 딸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내부 한 관계자는 “노조위원장의 자녀도 당연히 입행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문제는 그 위원장이 현직이라는 점”이라며 “해당 자녀에 대한 채용절차도 공정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사내에 파다하게 퍼졌었다”고 말했다.

금감원 고위 임원이 퇴직 한 뒤 금융권으로 재취업하는 경우도 많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을 퇴직해 재취업한 26명 중 53.4%에 해당하는 14명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했다.

금감원은 현재 전체 은행권에 채용절차 관련 자체 검사를 지시한 상황이다. 자체 검사를 받아본 뒤 필요할 경우엔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힘없는 서민만 박탈감…“외압 취약한 고리 끊어야”= 전문가들은 채용 비리 문제를 방지를 위해 금융회사가 관(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구조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권에는 정부와 감독기관의 규제가 강하게 작동하다 보니, 금융회사들이 외부 압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자신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곳으로부터 청탁이 들어오면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부와 감독기관이 (시어머니처럼) 일일이 간섭하지 말고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게 채용 청탁 같은 부당한 요구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채용 비리 정황들이 쏟아지자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자본·자산 등과 함께 무형자산이 중요한 요소”라며“(무형자산 중) 임직원들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바탕이 된 평판 리스크관리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융회사의 경영진은 주주 중심 가치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도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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