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달쏭思] 곤혹(困惑)과 곤욕(困辱)

입력 2017-10-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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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여당의 입장과 ‘정치보복’이라는 야당의 입장이 맞서다 보니 국감장이 조용할 리가 없다. 고함과 삿대질이 오가면서 항간에선 더러 ‘국회의원 갑질’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갑질 앞에서는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져 묻는 사람은 할 말을 다 해놓고서는 답변을 하는 사람더러는 거두절미하고 ‘예’, ‘아니요’라고만 답하라고 하니 답을 하는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못해 곤욕을 치르기 일쑤인 것이다.

곤혹과 곤욕은 비슷한 말인 것 같지만 의미 차이가 상당히 크다. 곤혹은 ‘困惑’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곤할 곤’, ‘미혹할 혹’이라고 훈독한다. ‘곤하다’는 말은 피곤하여 졸린다는 뜻도 있고 곤란한 지경에 처하여 괴로움을 당하고 시달린다는 뜻도 있다. 미혹은 홀려서 헷갈리거나 의심되어 흐릿한 상태를 뜻한다. 따라서 곤혹은 곤란한 지경에 처하여 시달리다 보니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흔히 ‘곤혹스럽다’는 형태로 쓴다.

곤욕은 ‘困辱’이라고 쓰는데 ‘辱’은 ‘욕될 욕’이라고 훈독하는 글자로, 남에 의해 내가 혹은 내가 남을 더럽히거나 수치스럽게 하는 행위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므로 곤욕은 누가 누군가를 곤란한 상태에 빠뜨려 괴롭히고 명예를 더럽히며 수치감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흔히 당하는 입장에서 ‘곤욕을 치른다’는 형태로 사용한다.

곤혹은 일을 잘못한 사람이 허둥대는 상황이다. 그래서 총리나 장관 등 정부 측 사람들이 국감장에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다. 곤욕은 자신의 잘못보다는 상대의 폭언이나 억울한 갑질로 인해 치욕을 당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은 명확한 증거를 들어 정확하게 지적함으로써 정부 관계자들을 곤혹스럽게 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부당한 갑질로 정부 관계자들로 하여금 곤욕을 치르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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