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장기금리만 보면 디플레이션 시대..30-10년 금리역전 왜?

입력 2017-10-2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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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듀레이션 확대+증권 프랍 포지션과 기재부 50년물 발행 포기 등 요인..연말쯤 해소

초장기물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올 성장률 전망치를 3%로 상향조정하고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한 직후 이같은 현상은 더 강화되는 흐름이다. 초장기물 금리는 통상 경기 및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시장 기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은 경기가 부진하고 물가가 낮은 디플레이션 시대나 있음직한 이례적 현상이다.

24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고채 30년물은 2.349%, 국고채 10년물은 2.456%를 각각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금리역전폭도 10.7bp(1bp=0.01%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국고채 30년물이 상장된 2012년 9월 이후 가장 큰 역전 폭이다.

30-10년 금리차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개최직전인 18일만 해도 마이너스(-)1.5bp에 그쳤었다. 금통위 후 3거래일동안 무려 9.2bp나 더 역전된 셈이다.

(금융투자협회)
◇경기보단 수급과 포지션문제 = 이같은 원인에 대해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경제판단보다는 수급과 포지션 문제를 꼽았다.

우선 초장기물에 대한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었다. 보험사 등을 중심으로 자산듀레이션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미국 금리인상이 지속되면서 해외채권 금리 상승을 우려해 투자관심을 국내로 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작년말과 올해 채권형 헤지펀드들이 장단기 스프레드(금리차) 거래를 많이 한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주로 30년물을 매도하고 3년물을 매수하는 스티프너 포지션을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고유자산 운용계정인 프랍(Proprietary)을 중심으로 10년물을 매수하고 30년물을 매도해왔다. 이를 반영하듯 국고채 30년물을 빌리는 것을 의미하는 대차잔량이 최근 급격히 증가해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실제 국고채 30년 지표물 17-1호 대차잔량은 23일 현재 2조2597억원을 기록하면서 역대최대치를 경신했다. 9월초만 해도 대차잔량은 1조3000억원에 불과했었다.

이들 포지션이 꼬인 것은 10월 금통위 후부터다. 금통위에서 6년1개월만에 인상 소수의견이 나오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확산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영향이 덜한 초장기물에 대한 선호가 확산했다. 초장기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손실이 확산하자 기존 포지션을 푸는 언와인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팀장은 “보험사들이 자산듀레이션을 늘리고 있는데다 하반기부터 국내로 투자를 돌렸다. 또 작년말부터 장단기 스프레드 거래를 많이 했던 채권형 헤지펀드들과 일부 증권사 프랍들로부터 손절이 나온 것도 최근 역전 폭이 과도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증권사 채권딜러들도 “30-10년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포지션이 꼬였다. 초장기 수요는 계속 있는 반면 금리는 전반적으로 올라가다보니 버티지 못하는 것 같다. 300억원 이상 숏포지션을 들고 있었던 곳에서는 10억원이 넘게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체크)
◇기재부 50년물 발행 포기가 원흉? 내년 국고채발행계획 발표시까진 해소 어려울 듯 = 최근 역전 현상이 본격화 한 것은 9월중순부터다. 기획재정부가 9월13일 연내 국고채 50년물 추가 발행을 포기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기재부가 실기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다만 보험사 등 장기투자자들과 국고채 전문딜러(PD) 등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를 했고 그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기재부를 탓할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편 이같은 초장기물 금리 역전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초장기물 금리 역전이 결국 해소되긴 하겠지만 수급과 포지션 요인이다. 여기에 금리도 오르는 분위기라 빠르게 해소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빠르면 연말쯤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기재부가 국고채 발행물량을 줄이는 상황에서 초장기물 발행비중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결국 내년도 연간 국고채 발행계획에서 초장기물 비중을 크게 늘리거나 국고채 50년물 발행을 재추진하는 방안이 나와야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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