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人사이트] 이수진 야놀자 대표 “러브모텔 인식 벗기니 海外서도 러브콜”

입력 2017-10-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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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청소부 경험으로 ‘인터넷 카페’ 출발

음침한 공간은 안녕… 객실 첨단·현대화

젊은층 VR게임하며 데이트·호캉스 즐겨

‘新놀이문화’로 10년만에 年매출 1300억

해외진출 속도… 2022년엔 ‘1조 클럽’ 목표

▲1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본사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이수진 대표는 “올해는 오히려 매출보다 사업 구조화에 집중한 해였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 드라이브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러브’가 연상되던 한국의 모텔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모텔에 모여 과제를 하거나 가상현실(VR)게임을 즐기고, 젊은이들은 파티를 하고 데이트를 한다. 휴가를 맞은 직장인들은 ‘호캉스’와 ‘스테이케이션’을 즐긴다. 숙박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인 야놀자가 지난 10여 년간 일궈낸 성과다.

퇴폐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던 공간의 목적을 다변화시키고 그 중심에 ‘놀이 문화’를 불러들였다. 공간을 이용하는 방식도 현대화·첨단화했다. 모바일, 사물인터넷(IoT)객실, 스마트프론트 등이 그것이다. 변화는 국내보다 해외 동종업계가 먼저 주목했다. 야놀자가 구축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차용하고 싶어하는 해외 기업들의 러브콜이 줄을 잇고 있다. 야놀자가 일궈낸 모텔산업계의 변화만큼이나 회사의 성장 속도도 눈부시다. 2014년 200억원대의 연 매출을 달성한 야놀자는 이듬해 367억원, 지난해 682억원을 기록하고 올해는 1300억원대를 내다보고 있다. 2020년엔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하고 2022년께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내년엔 매출 드라이브를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연매출 2000억원 고지는 뛰어넘어야겠죠.”

11일 서울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난 이수진(39) 야놀자 대표는 “올해는 매출보다 사업 구조화에 집중한 해였다. 내년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성장에는 복리의 법칙이 적용된다고 믿는다”며 “지금까지 투자해온 R&D와 사업 다각화 노력이 수익화되면 1조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B2B 사업 중심의 인터넷 카페에서 출발해 10여년 전 B2C사업의 포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연매출 20억원대가 목표였던 작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렇게 고속성장할 수 있었을까. "모텔 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고 싶었다"고 줄곧 강조하는 그의 말처럼 모텔 청소부에서부터 쌓은 현장 경험과 그로부터 발전시킨 숙박산업에 대한 비전이 비결의 원천이다.

야놀자가 추진해온 숙박시설 현대화(하드웨어)와 매뉴얼화(소프트웨어) 사업은‘모텔 산업를 보는 시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공급자 측면의 혁신 노력이다. 작은 욕실 비품부터 신뢰를 주는 것으로 바꾸기 위한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 사업, 스마트프론트와 IoT객실 등 공간의 첨단화를 추구하는 IoT 사업, 체계적인 숙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직업교육 사업 등이 해당된다. 그는 “야놀자 오프라인 사업의 방점은 산업을 얼마나 고도화, 현대화시켜‘이것이 현대화의 기준’이라고 보여줄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수요자를 겨냥한 온라인 사업의 방점은 소비자 신뢰를 받기 위한 브랜딩과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 이용시스템 안착에 맞췄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일이 쉬운 작업은 아니었다. 2014년 모바일 커머스와 위치 기반 서비스를 기반으로 안착한 모텔 예약시스템은 지금은 ‘야놀자’를 떠올리는 대표적 서비스가 됐지만 2년 전만 해도 ‘예약은 특급호텔에만 해당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에 가로막혀 두번 실패를 겪어야 했다.

야놀자는 8월에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끄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카이레이크로부터 600억원대의 거액 투자유치를 성사시켜 다시한번 업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이 대표는 “스카이레이크 외에도 더 높은 금액을 투자해준다는 곳도 있었지만 여행, 문화, IT기술에 해박한 지식과 비전을 갖고 있는 스카이레이크를 택했다”고 밝혔다. 야놀자의 미래를 위해서는 재무적 투자자보다는 새로운 산업군에 힘을 실어주고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투자 유치 이후 야놀자는 투자사의 조건대로 2020년을 상장 목표시점으로 잡고 한창 로드맵을 짜고 있다.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해 이 대표는 “온라인 B2C사업과 오프라인 B2B사업, 기술혁신 사업 부문을 3분의1씩 고르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IoT객실이나 스마트프론트 등 기술 고도화는 이제부터 시작인 만큼 최근 대대적인 개발자 채용에도 나섰다. 이런 야놀자의 성과와 가능성은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고 있다. 그는 “해외 바이어들이 야놀자를 방문해 우리 사업모델과 첨단 기술을 둘러보는 일이 늘어났다”며 “현재 여러 해외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하고 있고 협업의 첫 결과는 내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숙박업계는 아직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는 게 이 대표의 진단이다. 업계가 외연의 확장을 시도할 만한 사회적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그는 “앞으로 3만개 국내 버짓호텔 및 모텔의 기능을 세분화시키고 고객군을 젊은 커플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가족 단위 여행자, 출장자 등으로 확장해 목적에 맞게 모텔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소비자 한 사람이 놀이나 여가 등 여러 가지 목적으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놀이 문화와 공간문화를 바꿔 나가는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야놀자가 확산한 문화를 체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그는 “소비자 한 개인의 삶을 좀더 편리하게 바꾸고 소소한 행복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로 있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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