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자금력 앞세워 인수합병 나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한 신 성장동력인가 아니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무차별적인 인수합병인가.
최근들어 현대자동차·롯데·삼성 등 재벌그룹들이 크고 작은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합병에 성공함으로써 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시장경제에서 자유 경쟁은 기본원리이지만 자칫 '승자독식'이 심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소형 증권사로 분류되는 신흥증권의 지분 30%를 인수했다.
한때 신흥증권 인수를 포기했다는 '설'이 돌며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현대차 박정인 부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섬에 따라 신흥증권 인수를 기정사실화 했다.
또한 전통적으로 식품ㆍ유통서비스ㆍ중화학건설 부문에 주력해 온 롯데는 최근 대한화재를 인수, 금융사업에 진출했다.
롯데는 지난 22일 대주그룹으로부터 대한화재 지분 57%를 인수하는 본 계약을 체결, 금융사업 부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화화재 인수로 롯데의 금융부문은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대한화재 등 3개 회사로 늘어났다.
반도체와 전자가 주력산업인 삼성그룹은 지난 24일 일본의 5대 스테인리스 정밀재 업체로 꼽히는 묘도메탈을 경쟁입찰로 인수했다.
삼성의 묘도메탈 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철강업 진출의 교두보 마련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무선통신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지난달 하나로텔레콤을 인수, 유선통신 시장에 뛰어들었다.
SK텔레콤은 1998년 이후 인터넷사업에서 정보기술(IT), 도서유통, 영화배급, 의류판매, 온라인 쇼핑몰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팍스넷(금융정보서비스), SK커뮤니케이션즈(인터넷포털), 서울음반(음반제작), IHQ(연예기획), 청어람(영화제작) 등도 인수합병했다.
건설부문 중심의 한라그룹은 14일 KCC와 국민연금 사모펀드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만도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그룹들의 잇따른 인수합병이 신 성장동력 찾기를 위한 일환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같은 재벌그룹의 무분별한 외형 확장이 중견기업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