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전문가 및 애널리스트 설문…투자 여력 확대, 신용공여한도 200% 증액 등 규제 완화 목소리
초대형IB(투자은행) 인가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초대형IB 지정과 단기금융업 인가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각종 규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가 9월 25일부터 나흘간 증권사 IB 전문가 및 애널리스트 등 총 100명을 대상으로 초대형IB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39%가 부동산 등 투자 여력을 확대해줘야만 초대형IB가 성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신용공여 확대(23%)’, ‘외환시장에 대한 접근 완화(23%)’, ‘차이니스월(14%)’ 등의 순으로 규제 완화를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초대형IB의 부동산 투자 가능 한도는 올해 5월 발행어음의 10%에서 30%로 확대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부동산 투자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이 투자금을 기업금융 비율에 포함시켰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규정이 지나치게 엄격해 수익성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수차례 제기됐다. 다만 초대형IB가 조달한 자금의 잔존 만기 1개월과 3개월 단기유동성 비율을 100%로 맞춰야 해서 당장 부동산 투자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당장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자금은 한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공여 한도 역시 딜레마다. 2013년 4월 자본시장법 개정 당시 IB의 신용공여 한도가 기존에 이야기되던 300%에서 10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자기자본이 1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는 글로벌IB와 경쟁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후 매년 신용공여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오는 이유다.
현재 국회에 초대형IB 육성을 위한 신용공여 확대법이 계류 중에 있다. 초대형IB가 참여하는 신용공여를 기업과 일반(개인), 전담(헤지펀드) 등을 모두 합쳐 자본의 100%인 현행 신용공여 한도를 총 200%까지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법안소위를 통과했지만, 법안 시행의 시급성이 부족하고 증권사의 재정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전체회의에서 계류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은행연합회는 초대형IB의 신용공여를 현행 100%로 유지하고 인수·합병(M&A) 등으로 용도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엔 초대형IB 출범 후에도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방법 중 하나인 기업신용공여(대출)업무는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법 규정에 따르면 초대형IB들은 일반인, 각종 헤지펀드, 기업에 대한 대출 총액이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안 된다. 자기자본 한도 내에 개인 신용공여를 포함할 경우엔 증권사 업무 특성상 인수금융 조달을 대비하는 여유 한도를 둬야하는 등, 규정상 추가로 기업대출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초대형IB의 본래 취지인 모험자본 공급보다 단기 기업신용공여에만 치중할 우려도 제기된다.
외화자금시장에 대한 접근 완화도 문제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환 업무를 하기 위한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황세윤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실장은 “외국환 업무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증권사의 해외투자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환 콜 시장 등 외화자금 시장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있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외국환 거래법령에 따르면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은 돼 있지만 외화 이체, 일반 환전 업무 등도 폭 넓게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외 투자에 대한 서비스도 좀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IB들이 글로벌IB로 성장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응답자 가운데 39%가 1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했으며, 글로벌IB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답변도 6%에 달했다.
이처럼 회의적인 시각의 중심에는 각종 규제와 전문인력 부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공격적인 영업과 투자를 통해 유의미한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고, 이를 기반으로 이른바 IB라는 산업 자체가 매력적일 때 비로소 초대형IB 그룹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수의 규제로 점철돼 있는 현행법과 협소한 자본 규모, 인력 부족 등으로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18년 국내IB시장 전망에 대해 ‘올해와 비슷한 규모 유지(54%)’ 할 것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매년 소폭 성장(31%)’ 할 것이라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또 내년도 국내 IB업계 최대 이슈를 묻는 질문에는 ‘국내 기업 해외 M&A 증가(32%)’, ‘업황 부진에 따른 대기업 구조조정 본격화(30%)’, ‘프리IPO 시장 성장에 따른 IPO 증가(26%)’, ‘회사채 발행시장 급성장(12%)’의 순으로 집계됐다.
국내IB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질문에는 ‘IPO 시장(41%)’, ‘국내 M&A 시장(29%)’, ‘해외 M&A 시장(14%)’, ‘회사채 시장(11%)’, ‘NPL 시장(4%)’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증권사의 한 IB 고위 전문가는 “한국형 글로벌IB를 육성하기 위한 자기자본과 전문인력 부족 등에 따른 해외네트워가 턱 없이 모자란 실정”이라며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금융당국의 제도적 지원과 더불어 국내 증권업계의 초대형IB 업무에 대한 자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