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계 애플’ 다이슨도 전기차 시장 출사표...2020년 출시 목표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 설립자인 제임스 다이슨이 절반으로 자른 1961년형 오스틴미니 자동차를 타고 있다. 그는 2007년 5월 자신의 60번째 생일에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평가받는 오스틴미니를 절반으로 잘라 자사 엔지니어들에게 보여줬다. 옵저버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현재 고급 전기차를 개발 중이며 2020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회사 측도 이날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전기차 개발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다만 현재 개발 중인 차량이나 시제품은 공개되지 않았다. 회사는 연간 생산 대수, 판매가격, 성능 등 전기차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인 사항도 언급하지 않았고, 생산공장 부지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이슨 대표는 전기차 개발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자동차 업계에서 신기술 경쟁은 치열하고 우리는 우리 전기차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비밀로 유지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회사는 전기차 프로젝트에 향후 20억 파운드(약 3조원·26억8000만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 10억 파운드는 차량 개발에, 나머지 10억 파운드는 배터리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전기차 시장에서 현재 선두를 달리는 테슬라가 지난 5년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은 투자액(25억2000만 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 등 자사 히트제품을 내놓으면서 20년 가까이 전기 배터리 기술에 내공을 쌓아왔다. 이를 바탕으로 회사는 최근 2년간 본격적으로 전기차 개발을 준비하기 위해 극비리에 400명이나 되는 인력을 갖춘 개발팀을 구축했다. 이 개발팀에는 BMW와 애스턴마틴, 테슬라 등 쟁쟁한 자동차 업체 출신들의 엔지니어가 대거 포진해 있다. 다이슨은 무선청소기 등 가전제품 개발을 통해 축적된 배터리와 모터 기술을 결합해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영국 BBC는 다이슨의 자동차 업계 진출 선언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전기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인데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 이미 닛산, 르노, 현대자동차, 폴크스바겐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를 생산했으며 대다수 업체들이 사업의 무게중심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옮겨가고 있다. 이에 가전업체인 다이슨까지 뛰어들면서 전기차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이슨 대표는 경쟁력 부문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BBC에 “우리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전기차 사업부의 성장속도는 빠르게 다이슨의 다른 사업부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이슨 대표는 1990년대부터 디젤차량의 배기가스 배출을 막기 위한 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가 당시 이러한 기술 개발에 관심이 없어 자신이 직접 뛰어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드는 전기차는 급진적으로 기존 전기차와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한 기존 자사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전기차 가격이 싸지는 않을 것이며 이에 대중시장이 목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시장 역시 다이슨이 기존 진공청소기에서 먼지봉투를 떼고, 선풍기에서 날개와 헤어드라이기의 소음을 없애며 ‘가전업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터라 ‘다이슨표 전기차’에 대해 기대감을 걸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자동차 부문 책임자 앤드류 버그바움는 “전기차를 개발 2020년에 출시한다는 시간표는 매우 야심 찬 것”이라면서 “투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수년간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슨 대표는 가전업계의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와 함께 2007년 기사작위(Knight Bachelor)를 받았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영문명 앞에는 ‘경(Sir)’이라는 칭호가 붙는다.